외교부, 외신에 대통령실 입장 전달...개인행동
김영호 "계엄 국무회의 1시간 40분 전 도착"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외교부 부대변인이 '12·3 불법 계엄' 해제 다음 날 이를 옹호하는 대통령실의 언론보도 입장문(PG·보도에 활용하는 공식 입장)을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일부 외신 기자들에게 개인적으로 배포한 사실이 16일 뒤늦게 드러났다. 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약 1시간 40분 전부터 도착해 계엄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창호 부대변인은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일부 외신 기자들에게 지난 5일 '12·3 비상계엄'이 "국가안보를 훼손한 세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였다는 대통령실 입장문을 전달했다고 인정했다. 이 입장문에는 "(대통령실이) 합법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했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통한 국정농단의 도가 지나치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입장문은 계엄 해제 당일인 4일 대통령실이 직접 외신에 배포한 자료와 같은 자료다.
유 부대변인은 대통령 외신비서관실에서 자료를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란죄에 동조하는 선전죄"라고 다그쳤다. 조 장관은 해당 메시지가 외교부의 공식입장이냐는 야당 질의에 "아니다"라면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통일장관, 3일 오후 9시 전에 비상계엄 인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외교통일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외통위에선 비상계엄 당시 김 장관이 공식 국무회의가 열리기 약 1시간 40분 전에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해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았다는 것도 처음 공개됐다. 김 장관은 "(당일) 오후 8시 35분쯤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해 처음 계엄 사실을 인지했다"며 "비상계엄이 선포될 경우 경제·외교·안보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오후 10시 17분부터 22분까지 5분간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계엄 선포 후인 10시 45~55분쯤 몸이 좋지 않아 자택으로 돌아가 쉬었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부처 장관들이 비상계엄 선포 후 긴급 간부회의를 개최한 것과 대조적이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장관은 계엄이 잘 진행될 거라 생각한 것 아닌가"라며 "북한 동향이 어떻고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 생각도 안 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장관은 "통상적으로 통일부에서 하듯 정보분석국은 북한 방송 라디오 등을 청취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고 해명했다.
여야 또 충돌…실종된 '현안 질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던 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여권에서는 지난 11일 외통위 회의에서 나왔던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의 발언에 대한 공세가 이어졌다. 김준형 의원은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계엄 당일 조 장관과 연락이 닿지 않아 '윤석열 정부 사람들하고 상종을 못 하겠다'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했다고 11일 주장했다. 이에 주한미국 대사관은 이례적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utterly false)'라는 강력한 표현으로 부인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원이) 정중히 위원회 앞에 사과해야 하고 본인 스스로 위원직에서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김석기 의원도 "명확히 해명이 안 되면 사과하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김준형 의원은 "저는 크로스 체킹(교차검증)도 안 하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우방국에서 제보하는 것을 확인도 하지 않고 지나가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조 장관도 "미국 대사가 '상종을 못 하겠다'라고 그랬다는데 영어로 뭐라고 했나'라고 되물었고, 김준형 의원은 "저는 한국말로 (제보를) 받았다. 단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 밖에도 이날 야당 의원들은 비상계엄 이후 대외신인도 추락 등을 지적하며 "윤석열 정부 외교가 모든 영역에서 완전히 붕괴했다"고 비판했다. 위성락 민주당 의원은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합의문에 쓰여 있던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협력'이라는 미사여구가 허언이 됐다"며 "미국은 계엄에 반대하는 의사를 전하려 연락했을 텐데 장관은 이를 받아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게 정상적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 장관은 "당일 미국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데 대한 비판은 면할 수 없지만, 제가 그날 어떤 내용으로 소통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봐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임주영 인턴 기자 yimjooy@ewhain.net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