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주심(강일원 전 재판관)을 공개한 전례를 따르지 않고, 당초 일반 사건처럼 “주심 비공개”라고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뒤늦게 정 재판관이 주심으로 지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6명 중 가장 보수적인 재판관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직접 임명했는데,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유죄(징역 2년)를 선고했다.
정 재판관은 이미선 재판관과 함께 수명재판관으로도 지정됐다. 수명재판관은 재판장인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과 함께 변론준비기일 등을 진행한다. 헌재는 “변론준비기일을 통해 검찰·경찰 등의 수사기록을 조기에 확보할 예정”이라며 “자세한 절차는 추후 진행 상황에 따라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헌재가 윤 대통령 측에 보낸 탄핵심판청구서가 송달 중이라서, 답변 요구 시한 등도 송달 완료 뒤에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헌법연구관 10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심리를 지원하기로 했다.
헌재는 현재 접수된 탄핵심판 사건 중 윤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할 계획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진행 중인 모든 사건을 중단하는 건 아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사건 변론준비기일(17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차장검사·최재훈 부장검사 탄핵사건 변론준비기일(18일)도 그대로 진행한다. 지난 12일 접수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사건도 주심 재판관이 지정돼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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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6명으로 심리 가능”… 윤 변호인단 대표엔 김홍일
16일 오전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을 논의했다. 헌재는 전자자동배당을 통해 주심에 정형식 재판관을 임명했다. 사진은 정형식 주심·수명재판관. 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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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재판관 6인 체제에서의 심리’와 ‘헌법재판소법 51조’(동일 사안 형사재판 진행 시 정지 가능) 이슈도 논의했다. 헌재는 “현재 6인 상태로 심리·변론 모두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형사재판을 이유로) 절차를 정지할지는 재판부 결정사항”이라고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문형배 권한대행은 “주심 재판관이 누구냐는 재판의 속도나 방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12월 내 9인 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탄핵심판이 본격화하면서 헌재 홈페이지는 게시판에 탄핵 촉구·반대 관련 글을 쓰려는 접속자가 몰려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이후 이날 오전까지 3만 건 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탄핵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단체들은 “앞으로 헌재 앞에서 집회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주변 보안도 강화했다.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던 헌법도서관도 탄핵심판 접수 이후 운영을 중단했다.
16일 오전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을 논의했다. 헌재는 전자자동배당을 통해 주심에 정형식 재판관을 임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미선 수명재판관,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 김형두, 정정미, 김복형.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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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측은 이날 공지를 통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윤 대통령 변호인단 대표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사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정치공작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윤 대통령 취임 후에는 국민권익위원장·방통위원장을 지냈다.
이날 정계선(사법연수원 27기) 서울서부지방법원장, 마은혁(29기)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조한창(18기) 변호사 등 여야가 추천한 재판관 후보 3명이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이들은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 속도 등과 관련해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의 경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형사재판 진행을 고려해 진보 진영은 심리를 서두르기를, 보수 진영은 늦추기를 각각 바라는 입장이다. 후보자도 이 부분은 자신을 추천한 측(정·마 후보자 민주당, 조 후보자 국민의힘 추천)과 비슷한 취지로 답했다.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 진행 도중 신임 재판관이 들어가는 데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선 마 후보자의 경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조 후보자는 ‘공판 개정 후 판사의 경질이 있는 때에는 절차를 갱신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301조)는 규정을 들어 “갱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정 후보자는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심리 중”이라는 이유로 답하지 않았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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