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추경 제안일자 및 의결일자/그래픽=윤선정 |
역사상 5번째 1분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입김이 더욱 커진 야당은 연초 추경 편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 불거진 저성장 우려와 내수 침체, 내년도 본예산의 한계 등을 감안할 때 내년초 재정정책의 화두가 추경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같은 맥락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높다. 다만 한국은행이 두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는 점, 기준금리 인하가 원화 약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정부 차원에서 별도의 내수 부양책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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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5번째 1분기 추경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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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정치권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정치권의 추경 요구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추경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기재부는 늘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탄핵 정국이 시작된 이번에는 정치권의 요구를 무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민생 지원을 이유로 "추경을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지난 10일 민주당이 주도해 감액 예산만 통과시킨 내년도 본예산안 의결 후 "정부는 내년도 예산 집행이 시작되는 즉시 추경 편성을 위한 준비에 착수해달라"고 요청했다.
내년도 본예산을 집행하기도 전에 추경 논의가 시작된 것은 이례적이다. 내년도 본예산에 증액 예산이 담기지 않았다는 구조적 문제뿐 아니라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내수 침체 우려, 내년 1%대 저성장 가능성, 무엇보다 탄핵 정국에서 노출된 경제적 타격 등이 복합적으로 엮인 결과다.
특히 한은마저 본예산 집행 전에 추경을 거론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서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추경이 편성된 건 총 29번이다. 이 중 1분기에 추경이 확정된 건 1998년(3월25일), 2020년(3월17일), 2021년(3월25일), 2022년(2월21일) 등 4번밖에 없다. 외환위기와 팬데믹 수준의 위기가 닥쳤을 때만 1분기 추경이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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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으로 연말연시 특수 잃은 자영업자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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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6단체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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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에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예산이 담겨야 한단 요구가 나온다. 연말연시 특수를 누려야 할 자영업자들이 소비심리 위축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한 2016년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3까지 떨어졌다. 2017년 1월에는 93.3까지 낮아졌다. CCSI는 장기평균치를 100으로 잡고 100보다 크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매업이나 음식료업 등은 연말연시에 돈을 벌어 한해를 버텨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가장 타격이 클 것"이라며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지역화폐 대신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할인카드 사업'을 제언했다. 예컨대 전국에서 쓸 수 있는 액면가 10만원짜리 카드를 소비자가 8만원에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액면가의 20%를 재정 보조하는 방식이다. 카드 사용기간이 너무 길면 연말연시 소비 진작이란 정책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만기를 짧게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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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환율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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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의 향방은 다소 유동적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통상 환경 변화, 느린 내수 회복 속도, 수출 증가세 둔화 등 경제상황의 비상등이 켜지자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인데 당시로선 예측조차 하지 못했던 계엄과 탄핵 후폭풍을 겪고 있다.
따라서 내년 초에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추경이 공론화된다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 조합) 차원에서라도 기준금리 인하가 거론될 수 있다. 메리츠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내년 1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수출 경기 회복세가 약화되기 전에 내수 회복을 견인할 수 있는 금리 인하의 가속이나 재정지출 확대 등의 정책전환이 이뤄진다면 'U'자형의 완만한 성장경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추가금리 인하를 두고선 이견도 존재한다. 한은이 지난 10월에 이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시장 예상을 깬 선제적 금리인하를 단행한 데다 원/달러 환율이 탄핵 이후에도 1430원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로 벌어진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원화 약세를 더 부추길 것이란 우려다.
재정·통화정책을 제외하고 정부의 가용한 정책 수단은 많지 않다. 기재부는 이달 말 발표할 경제정책방향에 '민생안정' 관련 정책을 담을 예정이다. 온누리상품권 확대, 관광·숙박쿠폰 발급 등 익숙한 정책들이 후보로 거론된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조금 더 진전된 정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내수가 본격 부진에 접어든 시점인 지난해 3월 내수부양책을 내놨다. 숙박쿠폰, 비자제도 개선을 통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이 골자였다. 이어 올해 3월엔 지역투자 제고에 초점을 맞춘 내수대책을 발표했고 6월엔 외국인 관광활성화 대책을 제시했다. 이어 7월엔 소상공인 지원방안도 내놓았다.
효과는 기대이하였다. 건전재정을 강조한 정부의 '돈 풀기 없는 내수 부양' 한계를 보여줬단 평가다.
발이 묶인 정부 입장에선 새로운 정책보다 기존 정책에 속도를 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예산 신속집행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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