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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K-배터리 위기인데···불법계엄 후폭풍에 인니 대사 공백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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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규 내정자 아직 아그레망 못받아

나눠먹기 논란에 尹비상계엄까지 겹쳐

서울경제


내란 혐의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K-방산’ 큰손이자 ‘K-배터리’ 핵심 협력 파트너인 인도네시아에서 대사 공백 사태가 길어질 조짐이다.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주인도네시아 대사로 내정된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여태까지 상대국으로부터 아그레망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그레망은 현지 정부가 타국의 외교사절에게 부임을 동의하는 국제관례다. 방 전 장관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파견국에서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6개월 가까이 공석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상덕 전 대사가 7월 재외동포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한동안 후임자를 공개하지 않더니 4월 총선에서 수원병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방 전 장관을 10월 깜짝 내정했다. 방 전 장관은 윤 정부 출범 이후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이어 산업부 장관에 기용된 중량급 인사다.

그러나 직업외교관이 주로 가던 주인도네시아 대사직에 여당의 총선 낙선자가 내정되자 당장 야당을 중심으로 재외공관장 자리가 보은 인사용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까지 정지됐다. 과거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사가 임명된 전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색이 짙어진 방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클수밖에 없다. 양국 관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한국의 정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양국간 불필요한 논란의 불쏘시개가 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주인도네시아 대사 문제는 현재와 같이 어정쩡한 상태가 이어지리라 본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구입하는 국가이자 전기차 배터리용 핵심 광물을 다수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21년 기준 니켈 매장량이 2100만 톤(22.3%)으로 세계 1위다. 주석(세계 2위)과 금(5위), 보크사이트(6위), 석탄(7위) 등 방대한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양국은 아세안 및 세계 전기차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해 인도네시아산 전기차·배터리 생산·투자 협력을 지속하고 인도네시아에 풍부한 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공급망 강화를 위한 투자도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올 7월 준공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셀 공장(HLI그린파워)이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13번째 교역상대국(212억 달러)이기도 하다.

일각에서 우리 전기차·배터리 기업의 투자와 수출입을 최전방에서 지원해야 할 주인도네시아 대사의 장기간 부재를 초래한 것은 윤 정부의 또다른 외교적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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