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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탄핵하라"→"파면하라" 바뀐 구호…여의도 촛불 화력 헌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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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6일 오후 7시 40분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모인 시민 500여명이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쓰인 손피켓과 응원봉을 들어 올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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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이후 열흘 넘게 서울 여의도 일대를 메웠던 탄핵 촉구 집회의 형형색색 응원봉이 헌법재판소 인근으로 옮겨갔다. 이번엔 헌재에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면서다.

촛불행동은 16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윤석열 체포 김건희 구속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집회엔 약 500여명이 참석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대신 “윤석열을 파면하라”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역시 이날 오후 6시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 범국민촛불대행진을 열었다. 이들 두 단체는 헌재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할 때까지 매일 저녁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영현(26) 씨는 “아직 끝난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송지윤(31)씨는 “윤 대통령 탄핵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오후 8시부터 헌재 쪽으로 행진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집회‧시위라는 집단행동을 통해 여론을 형성했고 그 여론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줬다”며 “이를 경험한 시민들은 윤 대통령 탄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집회‧시위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촛불행동 집회에 앞서 보신각에서 불과 도보 12분(약 700m) 거리 떨어진 광화문 동화면세점 인근에선 이날부터 매일 오후 2시 자유통일당 등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등 보수단체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 국민대회’가 진행된다. 눈발이 날리는 영하의 날씨에 집회 참석자는 100여명 수준에 그쳤다. 이들 단체는 헌재와 200m 거리인 안국역 5번 출구와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동화면세점 앞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손주식(70)씨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일주일 째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 자유게시판 접속자 폭증…“尹, 헌법 위반” vs “야당 탄핵 남용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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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반 의견으로 도배된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 사진 헌재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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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사이버 전쟁’도 벌어졌다. 16일 오전 9시 기준 헌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3만2000여개의 탄핵 관련 글이 올라왔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기 전, 하루 1~3개 글이 올라왔던 게시판에 이틀 새 접속자가 폭증한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서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이용자가 많아 정보화기획과에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 홈페이지에서 탄핵 찬·반 지지자들은 팽팽하게 맞서며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님들께’로 운을 뗀 차모씨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전시나 사변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탄핵소추안을 인용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편지를 썼다. 반면 탄핵을 반대하는 박모씨는 “민주당의 의회 독재에 반대한다”며 “탄핵을 남용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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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현장 시위 참여가 어려운 분들을 위한 연대 선언 챌린지'에 참여하고,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 게시글 작성을 독려하고 있다. 엑스(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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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엑스·옛 트위터) 등 각종 소셜미디어(SNS)에서도 헌재 홈페이지에 탄핵 찬·반 게시물을 올리자며 독려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엑스 이용자가 헌재 자유게시판 링크와 함께 “(탄핵 찬성 글) 화력을 보여줘”라고 올린 게시물은 1.1만회 공유됐다. 탄핵 반대 지지자들 역시 헌재 자유게시판 링크를 공유하면서 “한 사람이 여러 번 글을 올릴 수 있다. 최대한 많이 써달라”고 독려했다. 이외 ‘헌재 판자님들한테 엽서 보내기’ ‘시위 대신 (온라인) 연대 선언 챌린지’ 등 다양한 방법의 온라인 집회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재판 공정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여론 재판’을 배척하는 것인 만큼, 대중의 의사표현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수의 의견에 따라 가는 건 국회나 정치권으로 족하고 사법부는 거기에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에 여론 재판은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다수의 의견이 결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는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재판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사건의 중대성·신속한 재판의 필요성 등을 해석하는 데 국민의 심정과 여론을 참고할 것”이라고 했다.

이보람·이수민·이아미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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