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앞 둘로 쪼개졌다
16일 헌재 앞 시민들 ‘탄핵 찬반’ 엇갈린 주장 이어가
응원·근조 화환 대립도…삼엄한 분위기에 경찰 경비 강화
16일 오후 3시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시민들이 ‘대통령을 수호하여 나라를 지키자’ ‘탄핵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김도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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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단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를 중심으로 탄핵에 찬성 혹은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대립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경찰은 만일의 충돌 사태를 대비해 경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지난 16일 오전 8시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정문 주변으로 펜스가 놓여 있었으며, 10여명의 경찰들이 경광봉을 들고 헌재 인근을 순찰하는 등 경비가 강화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헌재 100m 내 주요 도로에는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 버스가 배치되기도 했다.
오전 10시께부터는 윤 대통령의 탄핵에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시민들이 헌재 앞을 찾았다. 황순식 전국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은 이날 ‘탄핵 인용’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도 헌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반대편에는 검은 모자와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대통령을 수호하여 나라를 지키자’, ‘탄핵 반대’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든 시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전 11시 30분부터 두 시간 넘게 시위를 이어왔다는 최모(40) 씨는 “탄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최씨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란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이다. 다친 사람 하나 없는 계엄을 본 적 있는가”라며 “대통령이 일을 못 하게 만들어 놓고서 탄핵만 주장하는 민주당에 맞서 나라를 지키러 나왔다”고 했다.
탄핵 찬반 화환들도 헌재를 둘러싸고 줄지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님! 힘내세요! 자유민주주의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과 ‘사건번호 2024헌나8, 눈치 챙겨’ 등의 내용이 담긴 화환이 뒤섞여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헌재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탄핵 국면에서도 사회·정치적 대립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20년 넘게 안국역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최모(53)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격렬한 집회로 사람이 다치곤 했었다”면서 “이번엔 부디 다치는 사람 없이 사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에서는 참가자들 가운데 4명이 숨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극단 갈등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헌재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영석(50) 씨는 “헌재 앞 근조화환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10년도 안 돼 나라에 또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주변 교통 혼잡과 불편이 있더라도 감내할 수 있으니 헌재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엔지니어 현지훈(55)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외국에 있었는데, 처음엔 외국인 동료들이 한국을 조롱했다. 하지만 평화적으로 탄핵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나중에는 동료들이 한국 민주주의를 존경하게 됐다”며 “절차가 잘 진행돼 정치적 혼란이 최소화되고 나라가 얼른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 탄핵 찬반 화환이 놓여 있다. ‘윤석열 대통령님! 힘내세요! 자유민주주의 지켜주세요’ 화환 옆에 ‘사건번호 2024헌나8, 눈치 챙겨’ 화환이 나란히 배치돼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도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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