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씨를 대리하는 남상권(왼쪽)·여태형 변호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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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태균씨와 전화통화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해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명씨는 이 통화내용을 녹음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제3자로부터 통화내용을 입수해 지난 10월31일 공개했다. 그런데 명씨를 대리하는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 16일 라디오방송에 나와서 “통화내용의 20% 정도만 공개되고, 중간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며 “윤 대통령이 윤상현 당시 공관위원장에게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라고 지시하는 내용, 이른바 윤핵관들이 김영선 공천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누락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사건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 12일 창원지검에 제출한 휴대전화 3대와 휴대용 저장장치 1대에 무슨 내용이 담겨있을지 더욱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17일 남상권 변호사로부터 명태균씨가 검찰에 제출한 휴대전화에 관해 상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남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검찰이 지난 3일 명태균씨를 기소하며 휴대전화 3대와 휴대용 저장장치 1개를 숨기라고 시켰다며 증거은닉 교사 혐의도 적용했다. 공소장에 적힌 증거물을 모두 제출했는가?
=맞다. 모두 제출했다. 이미 성립된 범죄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감형은 될 것으로 본다. 검찰에 공소장 변경도 요청할 계획이다. 명씨 건강이 매우 나빠서 23일 보석 심리가 열리는데, 여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제출한 휴대전화 3개의 사용 시기는 언제인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겠는데, 변호인 의견서에 적었다. 그걸 보면 알 수 있다. (변호인 의견서에는 2019년 9월2일부터 올해 9월13일까지 사용한 것으로 되어 있다.)
-명태균씨가 휴대전화 복구를 시도했지만, 1대는 패턴을 못 풀어서 실패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 2대는 복구했고, 1대는 패턴을 못 푼 상태로 검찰에 제출했다. 패턴을 몰라도 검찰은 포렌식을 해서 복구할 수 있다고 한다.
-포렌식 작업은 언제 완료되나?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빨리하겠다고 했다. 포렌식 작업이 완료되면 자료 선별 작업에 참관하기로 동의서를 작성했다. 우리한테 연락이 오게 되어 있다. 내용을 함께 봐야 한다. 몽땅 복구한 다음에 한꺼번에 참관하고 조사하기로 했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안다.
-휴대용 저장장치에는 무엇이 들어있나?
=모른다. 안 열어봤다. 담았다가 삭제한 것이 있다면, 그것도 포렌식을 해서 복구해야 한다.
-방송에서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 전화통화 내용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어떤 내용이 더 있는가?
=명태균씨 이야기를 듣고 한 것이다. 녹음을 들어보지 않고 그대로 검찰에 제출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통화내용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 이미 공개된 내용을 들어보면, 윤 대통령 말과 명태균씨 말 사이에 뭔가 빠졌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김영선 전 의원이 자꾸만 건진법사 도움으로 공천을 받았다면서, 명태균씨를 무시하는 말을 했다. 그래서 명씨가 통화내용을 여러 사람 앞에서 들려준 것이다. 앞부분과 뒷부분만 들려주고, 중간에는 드래그를 쭉 해서 들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제3자가 그걸 녹음해서 민주당에 준 것이다.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 목소리가 녹음된 것이 얼마나 더 있는가?
=모른다. 그건 명태균씨 본인도 모를 것이다. 명태균씨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녹음파일을 자동으로 삭제하는 앱을 휴대전화에 깔아뒀다고 한다. 검찰이 삭제된 파일도 포렌식 작업을 통해 복구하는 것으로 안다. 포렌식 작업이 끝나면 휴대전화를 돌려받게 된다. 우리는 그때부터 하나하나 열어봐도 늦지 않다.
-명태균씨가 구속 전날인 11월13일 민주당 박주민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서 12월12일 교도소에 접견을 와달라고 말했다. 구속되기 전부터 박주민 의원에게 휴대전화를 주기로 계획을 세웠다는 뜻인데, 그때는 비상계엄령 선포 등 윤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시점이었다.
=명태균씨가 박주민 의원에게 11월13일 전화를 걸었다는 것을 나도 최근에야 알았다. 그런데 명태균씨는 다 재고 있었던 것 같더라. 자기가 구속되면 대통령이 저런 걸(비상계엄) 할 것이라고 예측을 했던 것 같다. 명씨는 책사다. 그것도 아주 유능한 책사다. 내가 명태균씨와 의논하지 않은 상태로 지난 2일 기자들 앞에서 휴대폰을 민주당에 제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명태균씨가 나한테 “참 잘하셨어요”라고 하더라.
-그런데 왜 명태균씨는 많은 민주당 의원 중에 박주민 의원을 선택했나?
=그것은 아직 명태균씨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이 내용과 관련해 창원지검 쪽 확인을 요청하려고 했으나, 검찰은 그 어떤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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