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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아사드 이후 시리아…‘대이스라엘 건설’ 앞마당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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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9월27일 유엔 총회에서 이란 및 그 동맹세력을 ‘악’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 영향력 하의 중동을 ‘선’으로 규정하는 지도를 들고는 가자와 레바논에서 폭격을 정당화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네타냐후가 이날 든 지도는 일부에서는 이스라엘의 영토와 영향력을 중동 전역으로 확장하자는 극우 세력들의 ‘대이스라엘’ 개념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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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아사드 시리아 독재정권 붕괴를 틈타, 1967년 시리아로부터 빼앗았던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정착촌 인구를 갑절로 늘린다는 계획을 승인했다. 시리아가 이스라엘 극우세력들이 오랫동안 꿈꾸던 ‘대이스라엘’로 가는 마당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5일 “정부가 골란고원 인구를 2배로 증가하기 위해 1100만달러 이상의 지원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정부에 이 전쟁과 시리아에 대한 새로운 전선을 고려해 이런 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교육 및 재생 에너지 등에 지원 예산을 배정해 신규 정착민 유입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어 “골란고원 강화가 이스라엘 강화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 이는 특히 중요하다. 우리는 골란고원 보유를 지속하고 번영하게 하고 (사람들이) 정착하게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시리아 영토인 골란고원 3분의 2가량을 점령했고 1981년 합병 선언을 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의 합병 선언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골란고원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도 국제법 위반이다. 비비시(BBC) 방송에 따르면 골란고원에 현재 이스라엘 정착촌 약 30곳이 있고 2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슬람교 시아파에서 분파한 ‘드루즈파’ 2만여명도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 골란고원 점령 때 피란하지 못하고 남은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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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이슬람근본주의 무장단체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이하 하이아트)이 주도하는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자, 이스라엘군은 이튿날부터 골란고원 동쪽 일부에 설치된 완충지대도 침공해 일부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 완충지대는 4차 중동전쟁 이듬해인 1974년 정전협정으로 생긴 곳으로 유엔 평화유지군이 주둔 중이다.



동시에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전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가해 아사드 정권이 남겨 놓은 군사 자원을 대부분 파괴했다. 이스라엘군은 아사드 정권이 시리아 전역에서 운용하던 방공시스템의 86%를 파괴했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완충 지대 일부 점령 등에 대해 국경 안보를 위한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조처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침공이 “시리아로부터 잠재적 위협을 막고 테러분자들의 우리 국경 인근 접수를 막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아사드 정권 붕괴를 주도하고 과도 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하이아트 지도자 아흐메드 샤라아는 14일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레드 라인을 넘었다”고 비난했지만, 이스라엘과의 새로운 분쟁에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부 무함마드 골라니라는 가명으로 알려졌지만 아사드 정권 붕괴 뒤 본명을 쓰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을 막을 능력 자체가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민 2배 증가 계획 등은 골란고원 점령을 영구화하려는 의도이며, 이스라엘 극우 세력들이 주장하는 ‘대이스라엘’(Greater Israel)로 가는 전초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에서 유프라테스 강까지’ 이스라엘 영토를 확장해, 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 치하 영역을 회복하자는 극우 세력들의 주장이다.



이스라엘 극우세력들은 지난해 가자전쟁 발발 이후 점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축출하고 2005년 군 철수와 함께 없앴던 이스라엘 정착촌 재설치도 주장하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국제 사회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스라엘 정착촌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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