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베이징의 쇼핑몰 솔라나에 입점한 중국 신흥 전기차 브랜드 지웨 매장의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있다. 신경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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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자동차 제조사 지리가 공동 설립한 전기차 브랜드 지웨(極越)자동차가 설립 3년 만에 도산 위기에 처했다. 업체 간 과열 경쟁 속에 낙오하는 기업까지 발생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전기차 시장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6일 샤이핑(夏一平·43) 지웨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SNS에 자금난 등에 의한 경영 실패를 인정하는 사과문을 실었다. 샤이핑 CEO는 “자금 조달은 나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었지만 초기에 너무 낙관한 나머지 자금 문제의 심각성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든 책임을 지고 과거의 실수를 고쳐 회사를 올바른 궤도로 다시 돌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미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에 있는 지웨 매장은 영업을 중단한 상황이다. 앞서 12일 샤 CEO가 12월 급료 등을 지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힌 뒤 상하이 본사에서는 직원 수십 명이 임금과 퇴직금을 요구하면서 그를 포위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샤이핑(왼쪽 두번째) 지웨자동차 최고경영자가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직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타개책을 해명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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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중국 경제지 차이신은 17일 “지웨의 주주인 바이두가 이미 매각을 희망하며 자금 투입을 중단했고, 은행도 대출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회사의 현금 흐름이 막혔다”고 전했다. 앞서 13일엔 바이두와 지리가 “(중국 전기차) 업계의 경쟁 구도에 거대한 변화가 생기면서 지금까지의 사업계획을 실행할 수 없고, 경영은 도전에 직면했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지웨는 지난 2021년 완성차 사업에 진출을 노리던 중국 최대 검색 포털인 바이두가 중국 자동차 제조사 지리와 제휴하면서 탄생했다. 바이두와 지리가 공동 출자(지분율 55:45)한 지웨는 2023년 10월 첫 양산 모델을 출시했다. 차량 가격은 전기차 세단 모델인 07이 20만9900위안(4230만원), SUV인 01이 21만9900위안(4330만원)으로 정해 중국 중산층을 공략했다.
하지만 올해 1~11월 판매량은 1만4000여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40억 위안(약 7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손실액은 약 70억 위안(약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차이신은 추산했다.
지웨의 몰락에는 제살깎기 판매도 한몫했다. 지난 7월 지웨는 5년 무이자 대출 판매를 시작했다. 한 대를 판매할 때마다 회사는 이자 2만 위안(394만원)을 떠안았다. “월 3000대를 판매하면 6000만 위안(118억원)의 부담이 발생해 판매량이 늘수록 손실도 증가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지웨 마케팅 담당자가 전했다. 지웨에서 퇴사한 한 간부는 차량 한 대 당 손실이 5만 위안(985만원) 이상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11월 중국의 전기차 생산량은 680만대 판매량은 673만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5~15.5% 증가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새로 공장을 건설에 뛰어들면서 생산 과잉이 심각한 상태다. 또한 치열한 가격 경쟁까지 벌어져 수익성 개선보다 낙오하지 않기 위한 버티기에 분위기다. 또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AI) 기능 등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전기차 업체 간의 경쟁과 시장 조정 국면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중국 매체들은 전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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