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사업보고서] |
올해 국내 증시에서 주연상을 준다면 유력한 후보로 삼양식품이 꼽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만원도 안하던 주가가 70만원을 넘었으니 그럴만 합니다. 그 동력은 단연 ‘불닭볶음면’입니다. 고백하자면, ‘맵찔이’인 저는 여태 한번도 안 먹어봤습니다. 잠깐의 유행일 줄 알았더니 전세계적으로 열풍입니다. 저만 빼고 다 먹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음식료주가 튈 때면 꼭 효도 제품이 부각됩니다. 2015년 오뚜기 역시 진짬뽕이 큰 인기를 얻으며 주가가 뛰었습니다. 당시 신문 기사들을 보면 진짬뽕 열풍을 조명하는 제목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덕에, 오뚜기는 진짬뽕 덕에 주가가 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무적으로 보면 둘은 완전히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이번에는 음식료주 주가를 움직이는 주요 동력을 2015년 오뚜기와 2024년 삼양식품의 비용 구조를 비교 분석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오뚜기, 삼양식품의 공통점 = 비단 두 기업뿐 아니라 음식료 기업들은 비용에서 원재료비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2023년 사업보고서 기준, 삼양식품의 매출원가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2.5%에 달합니다. 오뚜기 역시 67.9%로 매우 높습니다. 참고로 이 비율은 사업보고서 ‘주석’에서 ‘비용의 성격별 분류’를 약간 손보면 얻을 수 있습니다.
원재료비는 대표적인 변동비입니다. 1000원짜리 라면 한 봉을 팔 때 총 비용이 700원 들어서 300원의 이익을 봤다고 해보죠. 비용 가운데 밀가루, 팜유 같은 원재료가 600원입니다. 나머지 100원은 인건비 같은 고정비입니다.
라면 2봉을 팔아 매출이 2000원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원재료는 라면 만드는 양만큼 필요하니 원재료 비용 역시 따라서 증가합니다. 1200원이 됩니다. 인건비는 그대로 100원일 것이고요. 최종 이익은 700원입니다. (2000-1200-100=700)
변동비는 이처럼 매출이 비례하면 따라 붙는 성격의 비용입니다. 이러한 변동비 위주의 손익 구조를 가졌으면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도 이익이 매출 증가율보다 훨씬 더 많이 뛰긴 어렵습니다.
고정비는 대규모 기계설비, 공장 등 자본적 지출에 따른 감가상각비 그리고 인건비가 대표적입니다. 매출이 오른다고 해서 갑자기 늘릴 수도, 또 매출이 준다고 해서 확 줄일 수도 없는 비용입니다. 어마어마한 반도체 공장을 보유한 SK하이닉스의 경우 이 둘을 합친 고정비 비중이 60%로 높습니다.
고정비 위주의 손익 구조라면, 고정비를 커버할 정보의 매출만 발생하면 그 이상은 이익으로 직결됩니다.
1000원을 벌 때 총 비용 700원 가운데 고정비가 600원, 변동비가 100원이라고 해보죠. 매출이 2000원으로 뛰어도 고정비는 600원으로 변동이 없고 변동비만 100원에서 200원으로 매출에 따라 늘어납니다. 그럼 매출은 2배(1000원→2000원)로 뛰었는데 이익은 300원에서 1200원으로 4배나 수직 상승합니다. 고정비를 ‘레버리지’로 이익이 크게 뛰는 것이죠.
▶삼양식품과 오뚜기에서 보듯 음식료 기업에게 중요한 건 원재료비입니다.
그런데 이 원재료비가 어떤가요? 국제 곡물가격은 매일매일 바뀝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엘니뇨 같은 이상기후 등등 원재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물론 원재료 가격 등락을 판매가격에 전가하면 걱정이 없습니다. 원재료 가격이 10% 뛸 때 판매 가격도 10% 올리면 그만인 것이죠. 그럼 마진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익이 크게 뛰진 않더라도 반대로 이익이 급감할 걱정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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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라면 회사들이 라면 가격 맘대로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나요? 라면 가격 올린다고 하면 당장 민심이 들끓고 정부까지 나서서 으름장을 놓습니다. P(가격)가 상당히 비탄력적입니다. 그렇다고 판매량(Q)은 기업이 당장 어떻게 한다고 해서 확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결국 매출(P x Q)이 단기간에 확확 바뀔 수가 없습니다.
매출은 막혀 있는데 원재료비는 시시각각 변하고 그걸 기업이 어떻게 조절할 순 없다?
결국 음식료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는 건 대외적으로 주어지는 원재료 가격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2015년 오뚜기가 웃은 진짜 이유는 진짬뽕 때문이 아니다 = 그럼 이제 2015년 오뚜기로 돌아가보죠.
진짬뽕이 그렇게 많이 팔려서 실적이 좋아졌다면 매출이 상당히 늘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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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4년에 비해 2015년 매출은 5.7% 가량 소소하게 늘었습니다. 물론 아주 의미 없는 증가율이라고 할 순 없지만요. 중요한 건 매출총이익은 10%가량 증가해 매출보다 더 많이 늘었단 것이죠.
라면이란 제품을 한 번 생각해볼까요? 라면을 1년에 10봉 먹던 사람이, 진짬뽕이란 아주 맛있는 새 라면이 나왔다고 해서 기존에 먹던 라면 10봉은 그대로 먹으면서 추가로 진짬뽕 10봉을 더 먹을까요? 대부분은 10봉 가운데 일부를 새 제품으로 옮겨올 것입니다. 그러니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긴 어려운 것이죠. 이런 걸 ‘자기시장잠식’(카니발리즘)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익은 왜 늘었을까요? 핵심은 누차 강조한 원재료비에 있습니다.
2015년 오뚜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수입하는 원재료 가격에 대해 공시해 놨습니다. 모두 다 전년에 비해 가격이 하락한 걸 볼 수 있습니다.
밀이나 옥수수, 대두 등은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2015년을 전후해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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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다시 생각해 볼까요? 원재료비가 전체 비용의 70%를 차지하는데 그 비용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라면 가격이란 게 잘 오르지도 않지만 반대로 좀처럼 내리지도 않습니다. 저는 라면이든 과자든 가격 내리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2015년 오뚜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다른 제품 가격은 조금씩 인하했는데 면제품 가격은 0.6% 소폭 올렸습니다. 레토르트 식품 가격도 0.5% 올렸네요.
원재료비 하락에도 가격을 유지하거나 조금이라도 올렸다는 건 마진을 벌렸다는 의미입니다. 700원 들여서 1000원에 팔던 라면을 이제는 300원만 들여서 1000원에 팔 수 있다면 당연히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이죠. 그러니 오뚜기가 매출보다 이익이 더 크게 뛴 것입니다.
게다가 당시 환율까지 우호적이었습니다. 곡물가격이 낮아졌는데 그 곡물을 수입할 때 적용되는 환율가지 도와주니 정말 좋은 시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손익 구조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이득은 오뚜기뿐 아니라 다른 음식료 기업들 모두가 즐겼습니다. 당시 오뚜기 외에도 많은 음식료주가 뛴 이유입니다.
반면 2016년 들어 오뚜기 주가는 급락합니다. 진짬뽕은 여전히 잘 팔리는데 말이죠. 주가의 진짜 열쇠인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을 찾고 오히려 상승 전환한 탓입니다. 진짬뽕은 그 숨어 있던 진짜 열쇠가 드러나게 한 방아쇠였던 것입니다.
▶2024년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다릅니다. 일단 그토록 강조한 원재료비를 한번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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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의 올해 반기보고서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데이터를 보면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만 2020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이유 때문에 워낙 가파르게 오른 걸 생각하면 이제 겨우 제자리를 찾는 정도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2020~2021년 음식료 업종은 정말 고난의 시기였습니다. 원재료비는 급등했는데 정부는 가격 절대 올리지 못하게 압박하고.
또 하나, 환율이 너무 좋지가 않습니다. 결국 수입을 해와야 하는데, 곡물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환율이 이러면 원재료 하락 효과가 상쇄돼 버립니다.
그렇다면 삼양식품 주가는 대체 왜 뛴 것일까요?
재무 구조는 간략히 요약하면 Q(판매량)과 P(가격), 그리고 C(비용)의 조합입니다. 2015년 오뚜기는 C가 주인공이었습니다. 2024년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란 Q가 주인공입니다.
라면의 카니발리즘을 앞서 언급했습니다. 국내 음식료 기업들이 주로 내수에 집중한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출’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Q가 확 뛸 수 있는 것입니다.
2024년 반기 보고서를 볼까요. 전체 매출 가운데 ‘면스낵’이 9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의 수출과 내수 판매금액을 보시죠. 2024년 반기에 불과한데 벌써 지난해 연간 수출 금액의 77%를 달성했습니다.
국내에 한정되었다면 분명 판매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출이 터지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매출의 외연 확대가 이 정도로 빠르게 일어나면 변동비가 어떤지, 고정비가 얼마고 하는 비용 분석은 나중 일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삼양식품 주가가 적정하냐, 혹은 앞으로 더 갈 것이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주가 전망은 저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고 이 글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글을 통해 음식료 기업의 주가가 뛸 때, 상황에 따라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봐야하는지를 설명드렸습니다.
만약 원재료 가격 하락 때문에 마진이 늘어나 주가가 뛰는 것이라면 음식료 업종 전반에 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그리고 유독 가장 많이 하락한 원재료는 무엇인지, 또 그걸 주 원료로 삼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어떤 곳인지 골라 내는 것이 현명합니다. 삼양식품처럼 특정 제품의 해외 진출이 대박이 터졌다면 업종이 아니라 해당 기업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우영 기자/CFA
#헤럴드경제 기자입니다. CFA 자격증을 취득한 뒤 CFA Korea Society 산하 Public Awareness Committee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로서 사명감에 CFA의 전문성을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동화처럼 재미있게 금융투자 뉴스를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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