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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그날 새벽3시 '계엄군 버스' 출발…尹, 그래서 계엄해제 선포 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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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몇 시간 뒤인 4일 새벽 3시 계룡대 육군본부에서는 ‘별’ 여럿을 태운 버스가 서울로 출발했다. 계엄사령부를 구성할 것으로 추정되는 장성 등 육군 고위 간부 수십을 태운 버스였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지 두시간여 뒤, 곧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과 ‘결심지원실(결심실)’에서 소인수 회의를 주재하고 난 뒤였다. 그리고 나서도 소집 명령이 해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해제 ‘불복’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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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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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군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당시 계엄사 설치 움직임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의 장성·영관급 등 주요 간부들에게 집합 지시가 떨어진 건 3일 오후 11~12시 사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계엄 발표가 오후 10시 28분 이뤄졌고, 계엄 포고령이 11시부로 발효한 점을 고려하면 계엄사 설치에 속도전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시를 내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계엄사령관으로 지명되면서도 대통령의 발표 후에야 계엄을 인지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진술이 사실이라면 계엄사 설치가 박 총장에게 부여된 우선과제였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박 총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계엄사령부 참모진 구성을 위해 계룡대 육군본부에 있는 휘하 참모부장들에게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갑작스런 심야 명령인 탓에 연락이 닿지 않는 인원이 발생하는 등 변수가 돌출하면서 소집은 지체됐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다음날 오전 2시 50분쯤에야 목표한 인원인 34명이 모인 것으로 안다”며 “이후에도 추가 장비를 챙기느라 수십 분이 더 소요됐고, 버스는 3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이들을 태운 ‘계엄 버스’가 출발한 지 30분 만에 다시 계룡대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제서야 소집 명령이 철회됐다는 뜻인데, 이는 곧 윤 대통령의 계엄 해제 성명이 발표된 오전 4시 28분 직전까지도 계엄사 설치 작업은 중단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군 안팎에선 해당 버스의 출발 시점은 곧 윤 대통령 등 핵심 인물들의 계엄 진행 의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오전 1시 1분 국회의 계엄 해제안이 가결된 직후 윤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지하의 결심실로 향한 점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계엄 해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대통령이 즉시 해제를 선포하는 대신 계엄 주모자로 지목된 김 전 국방부 장관, 박 총장 등 소수 인원과 30분 이상 회동을 가진 게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국회의 계엄 해제 결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을 수 있다는 의혹은 그래서 나온다. 일단 계엄사 설치 작업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반전이 가능할지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데 뜻을 모았을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계엄 해제 선포가 공식적으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 기존 명령을 미처 거둬들이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수십 명의 장군들을 군장 상태로 허탕치게 만든 건 단순 실수로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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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 대형 버스 등 차량들이 배치되고 있다. 이는 2차 계엄 우려에 따른 군 헬기 진입 착륙 등을 미리 막기 위한 조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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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민주당은 해당 소집 인사들의 면면을 근거로 2차 계엄의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34명 탑승자들의 직책을 분석했더니 2017년 국군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가 만든 계엄사 편성표의 육군본부 직책과 90% 일치했다는 것이다. 부승찬 의원은 “계엄사 핵심 참모진인 이들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았는지, 어떤 경위로 버스에 탑승했는지 등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계엄사령관 박안수 총장, 결국 구속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17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박 총장을 구속했다. 구속된 박 총장은 '군 미결수' 신분으로 군미결수용실에 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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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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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담화 발표로 계엄 선포 사실을 처음 알았고 관련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게 박 총장의 주장이지만, 수사당국은 박 총장이 계엄에 적극적으로 동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계엄 포고령 내용을 전달하며 국회를 통제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뿐 아니라 국회 계엄 해제안 가결 후에도 계엄사 설치 작업을 이어갔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다.

검찰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구속한 피의자는 김 전 장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 이어 이번이 5번째다. 또 현역 군인으로서 합참의장 다음 의전 서열 2위인 육군참모총장이 구속된 사례는 45년 만의 일이다. 앞서 1979년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10·26 사태와 관련 내란방조죄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이근평·이유정·심석용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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