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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日, 아베 부인·손정의까지 동원···'국정공백' 韓은 트럼프 대응 손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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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미외교에 돈·인맥 총력전

트럼프, 손정의와 7시간 스킨십

'취임전 정상회담 없다' 입장선회

韓 뺀채 日·中·러·北 회담 거론

"中서 세금 때리면 보복" 강조도

인수팀, 배터리 소재에 관세 계획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한미 정상 간 통화가 성사됐을 때 워싱턴 주미 대사관은 고무된 분위기였다. 일본보다 한국 정상이 먼저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를 한 것은 전례가 없던 데다 일본보다 통화 시간도 길었고 특히 트럼프가 한국 조선업과 협력할 뜻을 밝힌 것도 긍정적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한국이 비상 계엄과 탄핵 국면으로 트럼프 측과 접촉이 끊긴 사이에 일본은 트럼프와 탄탄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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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16일(현지 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기자회견 후 NHK 인터뷰에서 “15일 트럼프와 아침 식사를 함께하는 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7시간 정도 친근한 시간을 보냈다”며 “트럼프에게 여러 회사로부터 많은 제안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재빠르게 행동함으로써 파트너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후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주일 대사로 조지 글래스 전 포르투갈 대사도 지명했다. 재계 출신의 글래스는 중국에 대해 매파 성향을 가진 트럼프 충성파로 평가된다. 이로써 트럼프는 동북아에서 한국만 빼고 중국과 일본 대사를 지명했다.

이날 트럼프가 일본 측을 대하는 태도는 그간 일본의 전방위적인 구애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일본 정부는 올 2월 트럼프와 가까운 플로리다의 로비 회사 ‘밸러드파트너스’와 계약을 맺는 등 로비 업체에 천문학적인 돈을 지출하며 관계 구축을 해왔다. 4월에는 집권 자민당 부총재였던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가 뉴욕 트럼프타워를 찾아가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와 1시간 동안 만났다. US스틸 인수를 성사시켜야 하는 일본제철은 트럼프 1기 당시 국무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를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 직후 일본 측의 조기 만남 제안을 트럼프가 고사한 후에도 일본은 끊임없이 트럼프 측과의 접촉을 시도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의 기자회견을 보면 일본뿐 아니라 중국·러시아·북한 등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냈지만 한국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미국의 대북·대중 정책 조율 과정에서 한국만 배제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이라며 “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의 러 본토 타격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매우 큰 실수”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장거리 미사일 승인은 북한의 파병에 대한 대응 성격인데 트럼프는 특유의 전후 뒤바꾸기 화법으로 자신의 주장을 편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함으로써 미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해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시사했다.

중국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식에 참석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과 대화하지 않았다”면서도 “시 주석과 코로나19 전까지 좋은 관계였고 코로나19는 그 관계를 끝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은 내 친구였고 놀라운 사람(amazing guy)”이라고 추켜세웠다. 다만 ‘중국과 추가 무역 협상이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들(다른 나라)이 우리에게 세금을 매기면 우리도 같은 금액을 과세할 것”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중국에 대한 강온 전략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관세정책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관세와 관련해) “우리는 위대한 협상을 할 것이다. 우리가 모든 카드를 갖고 있다”며 “관세는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고 배터리 소재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트럼프 인수팀 내부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 측은 전기차 구매 및 충전소 등에 연방정부 지원을 줄이고 고율 관세를 통해 중국산 자동차 및 부품, 배터리 소재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이 실현될 경우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트럼프와의 관계 구축을 통해 자국의 국익을 보호하고자 백방으로 뛰고 있다. 트럼프가 ‘톱다운’ 외교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정상 차원의 움직임이 특히 활발하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핵심 실세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친밀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트럼프의 취임식에 초청받았다. 또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도 초대장을 받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최근 트럼프와 만났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부인을 보내 트럼프와 접촉했으며 14일 추가로 트럼프와 통화했다. 하지만 권한대행 체제의 한국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뒤처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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