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오른쪽)이 첫 주재한 전체위원회에서 이상훈 상임위원이 비상계엄 관련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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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전체위원회에서 야당 추천 위원들이 위원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다 집단퇴장했다. 박 위원장은 비상계엄에 관한 일체의 언급을 피했고, 여당 추천 위원들은 내란을 정당화하고 계엄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17일 오후 열린 진실화해위 제93차 전체위원회에서 박선영 위원장이 전체위 개회를 선언하자마자 허상수 위원은 “12월3일의 반헌법적 폭거로 최고위 정무직 공무원의 권한 행사에 결정적 하자와 흠결이 일어났다”며 위원장 임명의 부당성에 대해 발언을 이어 나갔다. 이에 이옥남 상임위원이 “명백한 정치행위”라고 제지하면서 여야 추천 위원 간 설전이 벌어졌다. 앞서 ‘12·3 내란 사태’ 직후인 6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박선영 위원장은 10일 취임해 업무를 시작했다.
이상희 위원은 “12월3일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되는 헌정 유린을 목격한 상황에서 마치 진실화해위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회의 자리에 앉아서 개회 선언을 하고 안건을 심의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며 “조작되고 은폐된 인권 유린의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국가기관으로서 비상계엄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해야 한다. (여당 추천 위원들도) 동의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여당 추천 이옥남·차기환·장영수·김웅기 위원은 모두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에서 열린 전체위원회에서 허상수 위원(왼쪽)이 박선영 위원장에게 비상계엄 관련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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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환 위원은 “공공기관에서 ‘내란’이라고 하는 건 부적절하다. 무죄 추정의 원칙과 함께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사법심사 대상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위원회 명의 성명은 지나치다”면서 “건국 이래 한 번도 이렇게 무더기 탄핵 소추를 한 국회가 없었다. 그때는 왜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냐”고 오히려 야당에 화살을 돌렸다. 김웅기 위원도 “현실정치에서 일어난 부분은 저희 위원회 업무 소관이 아니”라고 했고, 장영수 위원도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선영 위원장의 정당성과 발언에 대한 논란도 지속됐다. 이상희 위원은 박선영 위원장이 10일 취임식 직전 페이스북에 ‘인사를 투쟁의 목적으로 삼아 법치주의를 말살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란 행위’라며 자신의 취임에 반대하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비난한 일을 언급하면서 “위원장의 발언은 과거 전두환 신군부의 내란 등에 저항한 광주와 김대중 등의 정치인들을 내란죄로 처벌한 전두환 신군부와 뭐가 다른지 묻고 싶다.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박선영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정치적인 이야기는 우리 업무 범위와 권한을 넘어선다. 나머지는 저녁 만찬 시간에 충분히 논의하자”면서 넘어가려 했고 “다른 위원들의 발언을 방해하면 페널티를 주겠다”고 경고했다. 이상희 위원은 “박선영 위원장의 페북이야말로 정치적”이라고 반박했다.
야당 위원들은 박선영 위원장에게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과 페이스북 글에 대한 사과 여부에 관해 재차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이에 “피해자를 내란 행위자로 규정하는 위원장 밑에서 회의 참석을 못 하겠다. 피해자한테 사과하라”면서 모두 퇴장했다.
17일 오후 진실화해위 전체위 도중 퇴장한 야당 추천 위원들이 비상임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오동석·이상희·허상수·이상훈 위원. 고경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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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한 야당 추천 위원들은 비상임위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박 위원장의 태도를 지켜본 결과, 예정대로 다음 주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위원장 임명 취소와 새 위원장 임명을 요청하는 사퇴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회의장 및 7개 정당 대표에게 위원장 임명 취소 결의안 채택과 진실화해위 관련 현안 질의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상훈 상임위원은 “(위원장과 여당 추천 위원들이) 12·3 때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고) 거리를 배회하고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었던 장병들보다 못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동석 위원은 “산 자의 이야기도 듣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듣겠냐”고 했다.
이날 야당 위원들은 전체위 시작 전 ‘불확실성을 전면화한 대사변! 비상계엄 두둔하는 공직자는 필요 없다’, ‘주권자를 놀라게 한 비상계엄 비호하는 공직자가 어디 있나’ 등의 손팻말을 앞에 놓고 좌석에 앉았다. “부당한 위원장 임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가 철회한 송상교 사무처장도 회의장에 참석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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