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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사설] 비상시국에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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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 두 번째)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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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헌법재판관 임명 말라” 야 “거부권 행사 말라”





한덕수 대행 권한 놓고 충돌…정략적 계산만 관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과 직무 범위를 두고 여야가 소모적 정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당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말라”, 야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며 서로 거칠게 날을 세우고 있다. 국정과 민생 안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도 시원찮을 판에 법적 틈새에서 정략적 계산에 몰두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권한 행사의 범위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학설도 ‘현상 유지’와 ‘전권 행사’ 등으로 나뉜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거부권 행사 불가’로 먼저 어깃장을 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바로 다음 날 이재명 대표는 “일단은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 문제와 관련해선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에선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아니다” “거부권 남용은 또 다른 탄핵 사유” 등의 파상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현재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농업 4법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모두 6개 법안이 지난달 28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에서 강행 처리돼 정부로 이송된 상태다. 하나같이 국가재정 부담(양곡법)을 가중시키고 기업 활동에 타격(국회증언감정법)을 줄 수 있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어 보다 충분한 숙고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주말까지인 거부권 행사 시한을 넘기면 법 시행을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로 맞불을 놨다. 한동훈 전 대표의 사퇴로 대표 권한대행에 오른 권성동 원내대표는 어제 “윤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 전에는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거부권 행사 배척 논리와 똑같이 “한 대행의 권한 밖”이라는 이유를 댔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인 상황이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신중한 재판이다. 그런 만큼 헌재의 입장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같은 날 “한 대행이 헌재 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의 답변은 무게감이 크다. 여당이 궤도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자칫 계엄을 옹호하며 심판 지연에 나섰다는 의심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

더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민생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도록 해선 안 된다. 여야가 권한 해석을 둘러싼 다툼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무엇이 빨리 혼란을 수습해 민생을 보살피는 길인지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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