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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한민국 의료는 갑작스럽게 비가역적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변화를 촉발한 것은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강행한 정부였지만, 변화의 물결 자체는 예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흐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특히 정부는 현 의료 시스템의 왜곡을 심화하는 정책들만 남발하고 변화의 시기만 앞당기는 우를 범해왔다.
의료 시스템의 변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리 의료시스템이 1970년대 산업화 시기에 만들어진 불완전한 의료보험제도 틀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할 때까지만 해도 국민소득, 의료의 질,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는 매우 낮았다. 당시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병원 문턱을 낮춰 높은 의료 접근성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의료 접근성을 높게 한다는 뜻은 국민이 언제든 쉽게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지리적, 경제적 허들을 낮춘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낮은 의료비와 많은 의료기관의 개설이 필요하다. 산업화 시기에 정부 주도로 도입됐던 의료보험 제도와 의료 시스템은 이 부분만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수정 및 보완돼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장기간 낮은 의료비에 익숙해져 있던 국민들에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의료비 지출을 늘려도 현 시스템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정부는 없었다. 건강보험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의료 이용에 일부 제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정부도 없었다. 이대로 가면 현 시스템은 무너지고, 완전히 새로운 의료 시스템이 도입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솔직히 밝히는 정부는 더더욱 없었다.
국민들에게 싸고 좋은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그것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 환상은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국민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겠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의료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지속될 수 없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건강보험 시스템을 '다보험자'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의료기관의 다보험자에 대한 기본 단체계약 보장 및 선택 보험에 대한 자유로운 계약의 보장이다. 국민들도 필수의료보험 의무 가입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자유롭게 보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 선택형 의료보험 제도 도입을 통해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이 의료 뉴노멀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준비되지 않은 의료 변화가 몰고 올 혼란으로 국민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의료계 조언을 경청하고, 발 빠르게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계의 변화 요구가 수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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