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등 아직 뚜렷한 회동 소식 없어…1기 트럼프 방한 당시 인맥 쌓아
2기 행정부와 물밑 접촉 강화…SK·현대차·한화 등, 美 관료 영입 속도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아 전 세계 경제계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대통령 탄핵사태에 따른 혼란으로 재계가 중심이 된 민간외교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 정용진 방문에 재계 참석자 '관심'…1기 때는 김승연 유일 초청
18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17∼19일(현지시간) 1박 2일간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방문해 트럼프 주니어와 만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내년 1월 20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지 이목이 쏠린다.
다른 국내 총수들의 참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분위기다.
정용진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 |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회동 추진은 현재까지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
2017년 1월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국내 재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트럼프 1기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한 애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의 친분이 초청으로 이어졌는데 김 회장은 당시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김 회장은 2001년 미국 43대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받아 직접 참석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한국 기업인들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고, 만나고 싶어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며 "정용진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의 회동이 개인적 친분에 따른 이례적인 케이스로 본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청와대 국빈만찬 |
◇ 트럼프 1기 때 대부분 인맥 쌓아…공화당 인사들과도 친분 이어가
정 회장의 마러라고 리조트 방문 소식은 대통령 탄핵에 따른 국정 혼란과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마음이 급해진 재계가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트럼프 1기 당시 방한한 트럼프 당선인과 안면을 트고 트럼프 측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17년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참석해 트럼프 당선인과 인사를 나눈 것이 대표적이다.
나머지 총수들은 2019년 6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만났다.
트럼프는 숙소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국내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인사말을 하면서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을 일으켜 세워 "다시 한번 대미 투자를 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이재용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세계 IT(정보통신) 기업인들을 위한 '테크 서밋'을 열었을 때 유일하게 초청받은 한국 기업인이었으나,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 중이어서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2019년 6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국내 기업인 회동 |
이 밖에도 총수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당시 공화당 인사들과 친분도 쌓고 있다.
특히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내각 자리 물망에 올랐던 트럼프 핵심 측근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해거티 상원의원이 지난 9월 '한미일 경제대화'(TED) 참석차 연방 상원의원들과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이재용 회장은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최태원 회장은 SK 서린사옥에서 각각 대표단과 회동을 갖고 양국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3월 트럼프의 최측근인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아칸소 주지사가 한국을 찾았을 때 직접 만났다. 지난달 미국 방문 시에도 아칸소주를 찾아 샌더스 주지사와 다시 한번 조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 주지사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트럼프 1기 때인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백악관 대변인을 맡으며 '트럼프의 입'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이런 재계 총수들의 노력에도 탄핵사태에 더해 대미 외교 공백까지 커지면서 트럼프 2기 대응 적기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 관세 부과 등 국내 기업에 영향을 미칠 정책을 공언하는 상황에서 국내 재계와 뚜렷한 회동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것은 우려를 자아낸다"고 말했다.
◇ 2기 행정부와 물밑 접촉 강화…관료 영입 속도
재계는 미국 대선 직후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접촉면을 넓히려는 물밑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대관조직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는 미국 현지 정부 및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를 계속해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대관 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 급으로 격상시켰고, 미국의 정부 기관과 연방 상·하원 의원실, 주요 싱크탱크 등에 현대차의 대미 투자를 강조한 홍보용 책자를 배포하기도 했다.
SK그룹은 북미 대관 콘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들 공략에 나섰다.
LG그룹도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과 워싱턴사무소를 중심으로 미국 현지 대외협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성 김 현대차 사장 내정자 |
기업들은 트럼프 2기 대응을 위해 미국 전현직 관료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마이클 쿨터 전(前)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 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쿨터 대표는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등을 역임했다.
한화그룹은 한인 2세인 제이슨 박 전 미 버지니아주 보훈부 부장관을 대외협력 시니어 디렉터로 영입했다.
현대차는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인 성 김 고문을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영입했다.
성 김 사장 내정자는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전문가로, 주한 미국 대사,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 등을 맡아왔다.
SK는 SK아메리카스의 대관 총괄에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그는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거쳐 지난 7월 SK아메리카스에 합류한 바 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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