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그림투표 보조용구 조치해야”
앞선 1심서 기각, “공직선거법에 해당 안 돼”
장애인단체 항소…2심 재판부 “일부 인정”
발달장애인들의 지난했던 참정권 투쟁이 일단락을 맺었다. 1심에서 기각됐던 그림투표 보장 청구소송이 2심에서 예상과 달리 일부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고 직후 서로에게 “믿을 수 없다” “너무 기쁘다” 등의 말을 주고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18일 오후 발달장애인 단체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심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박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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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2시 그림투표용지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의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민사1-3부)은 1심의 판결과 달리 “그림투표 보조용구를 마련하라”라며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청구를 인용한 2심이 선고되자 서울중앙지법을 찾은 발달장애인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일부 발달장애인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소송을 진행한 한국피플퍼스트와 장애인차별철폐추진연대(장추련) 등 발달장애인 단체들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구제청구소송 판결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번 소송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정재형 변호사는 “다행히 오늘 재판부는 간곡한 외침을 외면하지 않았다”며 “소속 정당 로고 또는 후보자 사진이 포함된 선거 보조 기구를 제공하라는 재판부의 일부 승소 판단을 환영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1심에선 공직선거법 개정해야 실행할 수 있다고 각하한 것과 대비해서 2심에서는 발달장애인 투표권에 있어 노력해야 함을 인정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당초 이들은 차별구제청구소송의 2심 판결이 1심과 같이 기각될 것을 예상해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계획했다. 소송에 참여한 김진형 변호사는 “행정부는 입법부의 결단이라고, 입법부는 사법부의 역할이라고 미루는 상황에서 사법부마저 들어주지 않으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면서 “그럼에도 법원은 책임을 완전히 회피하지 않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앞서 이들의 청구소송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시기에 맞춰 2022년 1월 처음 시작됐다. 당시 이들은 발달장애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후보자들의 그림 선거공보물, 후보자의 사진 등이 포함된 그림 투표용지 비치 등 발달장애인의 공직선거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라는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8월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제46민사부)은 “청구에 해당하는 내용이 공직선거법에 없기 때문에 법을 먼저 바꾸어야 하므로 소송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들은 1심 판결 직후 곧장 2심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의 ‘법적 근거 부족’ 판단보다 ‘선관위의 불이행’에 더 문제가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단체는 2심 선고를 앞두고 지난 10월 발달장애인들 70명이 직접 그린 그림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2심 선고 전까지 법원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이제 앞으로 남은 관문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이행 여부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바탕으로 그림투표 보조용구를 제작·배포할 주체는 선관위이기 때문이다. 김승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선관위가 불복해서 대법원에 상고하면 또다시 지난한 싸움이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선관위가 판결을 따라 잘 이행해 주리라 믿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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