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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자연의 평화는 당연한 게 아니었네요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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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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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혜 | 중앙대 간호학과 1학년



나는 하천 근처에 살고 있다. 그 하천은 학교를 오가며 항상 다리를 통해 지나다니는 곳이기도 하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갈 때 즈음이면 해가 질 듯 말 듯 하는 따스한 햇살이 물 위로 비쳐 물결이 아름답게 일렁이며 반짝인다. 그 위에는 청둥오리, 해오라기, 왜가리 등 많은 새들이 유유히 헤엄친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 여유로워지게 만드는 장면이다. 항상 그곳에 시선을 뺏겨서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다리 끝자락에 와 있는 나를 종종 발견하곤 한다. 번잡한 도시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순간이다.



하지만 최근 그 하천이 달라졌다. 중장비가 들이닥치며 공사가 시작되었고, 익숙하던 풍경은 사라졌다. 오리들의 보금자리를 개선하려는 공사인지, 인간의 편리를 위해 도로를 넓히는 공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이 개입하자마자 오리들의 모습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오리들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나의 소소한 즐거움도 사라졌다. 다리에서 발걸음을 멈춰 하천을 내려다보며 구경하는 재미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인간의 개입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눈앞에서 목격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날, 그렇게 씁쓸하게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무심코 행하는 인간의 행동이 자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대학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본다. 일회용 컵들이 분리배출도 되지 않은 채 쓰레기통 위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이는 단순한 방치가 아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행동이며, 결국 그 결과는 인간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나중에 올 후폭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행동하는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서 위로를 얻고 평화를 찾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너무 당연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심코 했던 행동이 자연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 내가 버리는 하나의 쓰레기, 무심코 한 행동 하나가 자연과 공존하는 삶에 무슨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봐야 한다. 자연이 주는 위로를 당연히 누리고 싶다면, 우리가 자연을 보호할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이제는 작은 행동부터 바꾸어야 한다. 분리배출을 실천하고,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등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기본적인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의 대가로 위와 같은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마음가짐 자체가 전과 달라질 것 같다.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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