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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매경춘추] 상상력, AI 시대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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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능력을 하나둘 뛰어넘고 있는 지금, 오히려 주목받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 있다. 바로 '상상력'이다. AI가 기존 데이터의 분석과 패턴 찾기에 탁월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창조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장 놀라운 혁신은 우주 탐사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단순히 '저기 어딘가에 외계인이 있을까?' 하고 상상했다. 시간이 흘러 AI의 발전은 이런 순수한 상상을 현실로 바꿔가고 있다.

외계 문명을 찾는 일에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찾아왔다. 과거에는 전파 신호를 추적하고 해석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우리보다 훨씬 발달한 초인공지능(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수준의 문명을 찾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고도화된 문명은 엄청난 에너지 자원을 필요로 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획득하기 위해 '다이슨 스피어(Dyson Sphere)'와 같은 거대 구조물을 지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항성(별) 주변의 비정상적인 적외선 신호나 별빛의 간헐적 차단 현상을 관찰하며 구조물의 흔적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놀라운 기술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상상'이라는 영역에서만큼은 아직도 인간의 독자성을 넘어서지 못한다. AI는 기존 지식을 토대로 패턴을 발견하고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지만, 이는 과거 정보에 기반한 확률적 추론에 가깝다. 반면 인간의 상상력은 과거의 지식을 단순히 합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예상치 못한 변화를 받아들이며 전혀 다른 차원의 가능성을 열어간다.

AI 시대의 도래는 역설적이게도 인간 고유의 상상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AI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를 대신하면서 사람들은 창의성과 감성적 통찰, 문화적 맥락 이해와 같은 '비가시적 가치' 창출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예술, 문학, 음악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술, 비즈니스, 과학 연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적 사고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혁신적 서비스 개발, 전례 없는 연구 주제를 개척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는다.

다이슨 스피어와 같은 혁신적 개념도 인간의 상상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외계 문명을 포착하기 위한 이 새로운 전략은 기존 지식과 이론에 상상력을 결합해 만든 결실이다. 이는 곧 AI 시대를 맞이한 인간 사회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우리는 AI의 분석 능력을 적극 수용하면서도, 그 너머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탐색하는 데 상상력을 투입함으로써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문명적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AI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세계를 설명하고 해석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AI가 일상화될수록 인간의 창의적 사고와 상상력은 그 자체로 새로운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창출한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국한되지 않고 낯선 아이디어를 숙고하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인류는 외계 문명 탐사부터 새로운 문화 형성, 혁신적 가치 창출까지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낼 것이다. 결국 AI 시대에 진정한 변화를 이끄는 동력은 바로 우리의 상상력이다.

[이재석 카페24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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