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는 잠재 성장에도 도움
최바울 통계청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2022년 소득이동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전년대비 2022년 소득분위 상승이나 하락을 경험한 사람은 34.9%로 상향 이동한 사람은 17.6%, 하향 이동은 17.4%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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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계층의 양극화가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 계층의 상향 이동이 활발하지 못한 사회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현 정부가 내세운 역동경제가 작동하려면 사회 이동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 상황은 계층 고착화가 더욱 악화되고 있어 우려되는 대목이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17∼2022년 소득이동 통계 개발 결과'에 우리 사회의 양극화 단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대목은 계층의 고착화 및 이동 탄력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먼저 2022년 소득분위가 전년과 비교해 올라가거나 내려간 사람 비율을 뜻하는 소득 이동성은 34.9%였다. 계층이 상승한 사람은 17.6%, 하락한 사람은 17.4%였다. 한 해 동안 소득이 늘어 소득분위가 상승한 국민은 10명 중 2명도 안된다는 얘기다. 계층 상승한 비율이 낮다는 건 우리 사회의 계층 사다리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렇게 소득 상하향 이동 비율이 낮은 동시에, 현 상태를 유지하는 비율 역시 높다는 점도 큰 문제다. 2022년 소득분위별로 유지 비율을 보면 고소득자인 5분위가 86.0%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에 5분위였던 사람 10명 가운데 무려 9명이 다음 해에도 기존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빈곤층인 1분위의 소득분위 유지 비율은 69.1%를 기록했다. 이는 빈곤층에 속하는 하위 20%의 사람 10명 중 7명이 다음 해에도 최하층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최상층인 5분위와 최하층인 1분위의 소득 유지 비율이 다른 분위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은 우리 사회 내 소득 양극화가 콘크리트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간 변화와 도전 자체가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위기신호이기도 하다.
양극화는 그 나라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문제와 인구위기 역시 부와 계층의 양극화 현상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극화 해소에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양극화 현상이 도드라지게 심화되는 이유는 많다. 그중에 지난 2020년 전후로 급등한 부동산과 양질의 일자리 감소를 꼽을 수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자산을 많이 보유한 자가 계층 상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양질의 일자리는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가 적을수록 사회의 건강성은 떨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공급해야 한다. 장기적으론 교육과 복지를 확충하는 것 역시 양극화 해소에 필수적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일하면 미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자본주의의 기반이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국가의 역동성이 소멸돼 버릴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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