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다음 보험개혁회의 25%룰 완화 발표
H지수 ELS 판매 막힌 은행, 방카에 영업력 집중
국민銀, 44억 들여 디지털화…우리銀, 경력 채용
채비 분주한 금융지주와 달리 생보업계는 울상
“같은 계열사 상품 몰아주기, 리베이트도 우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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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은행·보험사 시너지 강화”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3일 보험개혁회의 채널판매반 실무회의에서 방카슈랑스 25% 규정과 관련 금융지주 계열사가 아닌 생명보험사 입장을 청취했다. 금융당국은 다음 보험개혁회의에서의 발표를 목표로 업계 간 입장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25% 규정은 은행의 신규 보험 판매금액 기준 특정 보험사의 비중이 25%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가령 A은행이 최소 4곳의 보험사 상품을 팔도록 해서 특정 회사에 ‘몰아주는’ 영업 관행을 막으려는 조처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2년간 단계적으로 25%로 묶였던 상한선을 50%로 높이는 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지주사와 비 지주사 간 입장이 엇갈린다. 은행과 보험사를 모두 가진 금융지주에서는 그룹 비이자수익 확보 차원에서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 국민은행은 지난달 44억원 규모 ‘방카슈랑스시스템 현대화 구축’ 입찰 공고를 내고 전산 시스템 고도화에 나섰다. 은행 창구에서도 디지털 패드(탭)을 통해 보험 관련 문서들을 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은행 일반 점포에서 디지털 패드를 통해 관련 서류에 표시하고 서명하듯이 방카슈랑스 창구에도 같은 기술을 도입한다. 방카슈랑스 상품추천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통계분석·상품관리 시스템도 개발한다. 우리은행은 방카슈랑스 마케팅·영업지원, 상품 자료 작성 등을 담당할 경력직을 채용 중이다. 보험 관련 경력이 3년 이상인 경력직원을 뽑아 방카슈랑스 부분 영업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실제 각 그룹의 금융지주 방카 수수료 이익은 오름세다. 신한금융그룹 펀드·방카 수수료 이익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09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2.9% 증가했다. 우리금융 또한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이 3분기 누적 730억원으로 1년 전(540억원)에 비해 35.2% 늘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험개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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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들 “은행 입맛 맞춘 상품 개발 우려”
금리 인하기 비이자 이익을 늘려야 하는 금융지주가 은행 채널을 활용한 보험 판매 활성화에 나선 가운데 비 지주계열 생보사는 울상이다. 새 회계기준 도입 이후 당기순이익을 높이기 위해 저축성 보험보다 일반 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손보사와는 상황이 달라서다. 자산 만기 구조가 더 긴 생보사들은 유동성 확보와 운용자산을 늘리기 위해 방카슈랑스 판매에도 공들여야 한다.
생보사들은 은행의 영향력 증대, 중소형 보험사 타격, 공정경쟁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들어 25% 규정 완화에 우려를 표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같은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 상품을 우선으로 판매하는 몰아주기가 심해질 수 있다”며 “방카 채널이 더 중요해져 보험사가 은행에 리베이트(금전적 보상을 돌려주는 것)할 가능성이 커지고 비용증가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생보사 관계자도 “방카슈랑스 특성에 맞는 저축성 상품, 즉 은행 입맛에 맞는 상품 위주로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형 생보사는 은행 채널에 종속될 우려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현재 금융업계 지형상 25% 규정 완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손보사 중에서는 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NH손해보험 4곳만 남아 있다. 다른 손보사가 신규 진입하지 않고, 4곳 중 한 곳만 더 철수해도 은행이 25% 규정을 지킬 수 없는 구조다.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 이후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한 은행들은 비이자 이익 확보 차원에서 방카슈랑스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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