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후 원화값 약세 심화
탄핵 가결에도 1440원선 위협
비상자금 자체조달 계획 수립
환율변동 취약기업 선제 관리
탄핵 가결에도 1440원선 위협
비상자금 자체조달 계획 수립
환율변동 취약기업 선제 관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보름 만에 달러 대비 원화값이 30원 넘게 폭락하며 1440원 선을 위협하자 환율 변동에 민감한 5대 금융지주의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회사들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달러화 공급 비상 체계를 가동하면서 자체 건전성을 점검하며 원화값 추가 하락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전날보다 3.4원 오른 1435.5원(오후 3시 30분 기준)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소폭 오르긴 했지만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 3일(1402.9원)과 비교하면 32.6원이 내리며 단기간 낙폭이 부쩍 커졌다. 탄핵 정국에 기업과 개인의 불안 심리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값 추락에 금융지주 위험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으로 금융회사들이 쥐고 있는 위험가중자본이 증가하며 자본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따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위험가중자본은 위험 수준을 감안해 금융회사 자산을 재평가한 수치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처럼 회수 가능성이 높은 대출은 위험 정도를 낮게, 저신용 기업에 준 대출은 위험가중치를 높게 재산정하는 식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금융권에 따르면 원화값이 10원 하락할 때 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위험가중자본은 1조9800억원(3분기 기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KB금융·하나금융이 5000억원, 우리금융이 4000억~5000억원 늘고, 신한금융(3800억원), NH농협금융(1000억원)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에 보다 적극적으로 위험자본 관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개별 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은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지난 16일 기준 150~230%를 기록했다.
LCR은 은행에 위기가 닥쳐 돈이 빠져나갈 때 현재 은행이 보유한 자산으로 이를 감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기 유동성 지표로, 낮을수록 위험하다.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현금, 예수금, 국공채 등 고유동성 자산의 보유 비율로 산출하는데, 금융당국은 은행이 97.5% 이상 LCR를 갖출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아직 시중은행 LCR은 당국 기준을 웃돌고 있지만 향후 원화값 추락 여부에 따라 LCR도 급락할 수 있는 만큼 위험 대비에 나섰다. 은행권은 외화 여신을 더 까다롭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화값 하락에 취약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여신은 추후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 거래 비중이 높은 거래 기업의 재무 비율을 유심히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유사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수립에도 분주하다. KB국민은행은 원화값 변동에 따른 위험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비상자금 조달을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매일 위기관리협의체를 운영하며 외화 유동성과 주식·채권시장 동향을 심층 모니터링하고 있다. 시장 상황 변동에 따라 고객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대고객 안내도 강화하고 나섰다. 우리금융은 원화값 급락 위험에 대비해 단계별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충격에 취약한 중소기업 고객 위험이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원화값 하락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수입 업체들을 돕기 위해 지난 17일부터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나섰다. 신용장 만기가 돌아오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만기 연장 기준을 완화하고, 일시적으로 결제 자금이 부족한 기업에 적극적으로 여신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외환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수출입 기업이 외화를 실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값이 올라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차장은 “국내 정치 불안 상황이 일부 해소됐지만 해외에서 한국 경제 전망을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출범하면 원화값 상승이 나타나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 원화값이 145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면서도 “원화 가치가 이미 많이 저평가돼 있어 불안 요소이 해소되면 1390원대 후반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