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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덩치 키웠지만 시너지는 글쎄”…혼다·닛산, 일각선 ‘공동몰락 전조’ 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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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개발로 비용절감 노려

닛산 경영부실 심각한 상태
기업문화도 달라 시너지 의문


매일경제

혼다 CR-V. [사진 출처 = 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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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8위 자동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의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경영 통합 움직임이 확인되면서 세계 자동차 업계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에 강점이 있는 혼다와 전기차(EV) 기술이 좋은 닛산이 서로 강점을 가진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을 주의 깊게 보는 분위기다. 요미우리신문은 “미래차 개발에 필요한 거액의 투자를 분담할 수 있게 됐다”며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배터리를 탑재하면 규모의 경제도 이룰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보타 마사유키 라쿠텐증권 애널리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EV에 주력한 닛산은 하이브리드차 붐에 뒤처지며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며 “혼다는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차가 호조를 보이지만 현 상태로는 EV나 자율주행 기술이 뒤처지기 때문에 경영 통합은 양사가 승리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양사의 차량 라인업은 겹치는 부분이 많아 상대적으로 공동 개발을 통한 비용 절감이 큰 상황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해 온 현대자동차그룹으로선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2010년대 중반까지 연 1000만대 판매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빅3’ 체제의 부활을 예상하고 있다. 당시 도요타·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가 1000만대 체제를 굳히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이를 신차 개발 비용으로 활용해 다시 앞서가는 방정식을 만든 바 있다.

이후 도요타는 계속 자리를 지켰지만 ‘디젤 게이트’를 겪은 폭스바겐, 리콜과 계속된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은 GM은 대열에서 이탈했다. 이 자리를 노리고 세계 3위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 현대차그룹이다.

일각에서는 닛산의 부실이 생각보다 심각해 양사 통합의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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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로그. [사진 출처 = 닛산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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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17년간 닛산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카를로스 곤은 기술 개발보다는 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화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카를로스 곤 재임기에 국내외 공장을 폐쇄하고, 2만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카를로스 곤 체제 이후에도 2019년 1만2500명의 인원을 정리했으며, 지난달에는 90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잇단 구조조정으로 우수 인재는 다른 회사로 떠났고, 생산 능력은 30% 이상 줄었다.

이런 가운데 보유하고 있는 EV 기술 등이 뛰어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닛산의 전기차는 7년 전에 나온 2세대 리프와 3년 전에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리아뿐”이라며 “자회사인 차량용 배터리 회사를 2019년 중국 기업에 매각하는 등 개발 의지가 퇴색됐다”고 진단했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기술도 시빅과 CR-V 등 중소형차급에서만 강하고, 중대형 이상급 기술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양사의 기업 문화가 너무 달라 통합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948년 창립한 혼다는 그동안 부분적인 제휴 관계는 있었지만 혼다만의 독립적인 경영 노선을 이어왔다. 반면 르노는 1999년 경영위기 때 프랑스 르노와 사실상 통합에 준하는 관계를 이어간 바 있다.

이에 따라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이래 ‘기술제일주의’를 강조해 온 철저한 일본 기업인 혼다와 장인정신 대신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닛산의 문화 차이가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혼다가 부실이 많은 닛산을 떠안아 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미래차 기술 개발에도 삐걱거리는 모습이 연출된다면 오히려 빠른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0년 7월 미국 크라이슬러와 프랑스 PSA가 합병해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합병 전 글로벌 판매량이 800만대였지만 지난해 639만대로 줄었다. 또 주력인 미국 시장 점유율이 2019년 13%에서 올해 8%로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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