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 칩플레이션 발생
가격상승률 10.8%P 격차
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한 시민이 1+1 행사 상품을 고르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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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고물가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저가 상품의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는 '칩플레이션'(Cheap+Inflation)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Cheapflation)과 인플레이션 불평등'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저가상품의 가격상승률은 고가상품의 가격상승률보다 10.8%포인트(p) 높았다.
한은 물가동향팀 조강철 차장과 위승현 조사역은 국내 칩플레이션 현황을 분석하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의 스캐너 데이터를 활용했다. 같은 품목 중에서 가격이 낮은 상품을 1분위, 가격이 높은 상품을 4분위로 구분해 물가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가격 분석 기간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다.
분석 기간의 누적 가격 상승률을 보면 1분위 저가 상품 가격 상승률은 16.4%로 나타났다. 반면 4분위 고가상품 가격상승률은 5.6%에 그쳤다.
칩플레이션 발생 원인에는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공급 측면과 저렴한 상품으로 지출이 전환되는 수요 측면이 공존한다. 저가 상품은 투입 비용을 낮추기 위해 수입원자재가 많이 사용되는데, 팬데믹 이후 수입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저가 상품의 판매가격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또 고물가 상황에서 가격이 더 저렴한 상품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해당 상품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칩플레이션은 가계 소득계층 간 체감물가(실효물가) 격차를 늘려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 추산 결과 2019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 중 하위 20% 저소득층 실효물가의 누적 상승률(13%)은 상위 20% 고소득층(11.7%)에 비해 1.3%포인트(p) 높게 나타났다.
조강철 한은 물가동향팀 차장은 "가계별로 소비하는 품목이 완전히 같아도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고소득층은 고가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며 "상품의 가격분위별로 상승률이 다르면 각 소득계층의 실효물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물가 급등기 칩플레이션 현상에 따른 저소득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선 정부가 중·저가 상품의 가격안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차장은 "칩플레이션은 물가급등기에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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