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일정 시작…27일 첫 변론기일
통치행위 쟁점…위헌·위법성 인정 관건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경계가 강화돼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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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로 이관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격 심사에 들어갔다. 헌재는 계엄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 기록’을 오는 24일까지 헌재로 보내라고 명령했다. 계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적법했는지를 보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비상계엄 사건을 ‘소란’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헌재에서는 이번 비상계엄이 통치행위냐 아니냐는 법리 다툼과 함께 ‘사안의 중대성’을 두고서도 국회와 윤 대통령측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정기 재판관 평의를 열었다. 평의는 헌재 재판관 전원이 참석해 사건에 대해 논의하고 표결을 통해 주문을 도출하는 정기 회의다. 이날 회의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도 안건으로 상정됐다.
헌재 변론기일이 열리면 원고(소추위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변호인단이 맡고, 피고는 윤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선임한 변호인단이 된다. 석 전 처장은 “내란죄는 불성립한다. (내란이 아닌) 소란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소란은 분명히 국민적인 충격을 준 건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왜 반란을 일으키는가”라고 내란죄 불성립을 강조했다. 양측이 다툴 최대 쟁점은 역시 비상계엄이 고도의 통치행위에 해당하느냐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치행위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필요로 할 때에 한해 법률의 적용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담화에서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대표적 통치행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이 있다. 우리 헌법(제5조)은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고 돼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이를 어기고 침략전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라크전에 파병했다. 그러나 이는 ‘통치행위’로 간주돼 처벌받지 않았다.
반대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위헌·위법이라고 주장하는 소추위원 측은 형식적 국무회의, 국회 통고 절차 생략, 계엄 해제 의결 뒤에도 해제까지 2시간 이상 지체된 점 등이 절차적 정당성을 어겼다고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의결 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졌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증언은 윤 대통령이 내란 교사범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행 계엄법은 비상계엄이 선포가 돼더라도 정부(행정부)와 법원(사법부) 권한은 일부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국회(입법부)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행법은 계엄을 선포할 경우 계엄 사실을 국회에 통고토록 하고, 국회에서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이행토록 하고 있다. 포고령 역시 위법 요인으로 지목된다. 포고령 제1호는 ‘국회·지방의회·정당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고 적시돼 있다. 국회의 활동 금지는 내란죄가 규정하는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양측이 다툴 또하나의 쟁점은 ‘사안의 중대성’이다. 이는 노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헌재가 인용·기각 판결의 기준으로 삼았던 사안인데 당시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의 선거 중립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파면할 만한 ‘중대한 직무상 위배’라고 보긴 어렵다”며 탄핵을 기각했다.
윤 대통령 역시 결과적으론 국회의원들이 국회 진입에 성공해 ‘계엄 해제’ 안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계엄군이 국회 본회의장에는 진입하지 않았으며, 물리적인 충돌 역시 낮은 수준이었고 죽거나 다친 인사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중대성이 없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의 지난 12일 담화문에도 “도대체 2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나.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고 항변한 바 있다.
반대로 탄핵 소추위원측은 ‘내란죄’는 모의만으로도 중형에 처해지는 법이란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기수범은 미수범에 비해 형량이 낮아지는데, 내란죄의 경우 예비·음모를 했던 것만 확인돼도 징역 3년 이상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최고형은 사형이다. 특히 12·12 군사반란에 대해 대법원이 전직 두 대통령에게 중형을 선고한 주요 이유중 하나는 국회의 정상 가동을 방해했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국회가 계엄해제에 성공했더라도 사안의 중대성 측면에서 대통령직 파면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계엄군 측은 체포한 국회의원들을 수도방위사령부 내 군 지휘통제 벙커인 ‘B-1벙커’에 구금을 계획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체포 계획이 섰던 대상에는 국회의장과 여야 당대표 등이 포함됐다. 국회 기능 무력화를 사전에 모의했던 것으로 의심받는 대목이다.
한편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첫 변론준비기일을 오는 27일로 잡았다. 헌재에서 재판 진행 상황은 생중계 대신 녹화중계 방식으로 공개된다. 최종 선고의 생중계 여부는 추후 재확정된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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