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FOCUS '중소·중견 기업 지원 정책의 전환 방안'
김민호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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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기업의 성장 도약을 돕기 위해선 단순히 보조금만 지원하기보다는 사업 멘토링, 전략적 조언 등 다양한 성장 요인을 지원하는 '비스포크(bespoke)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또한 정책의 책임성과 효과성 제고를 위해 지원 내역과 성과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KDI FOCUS '챔피언으로 가는 길: 중소·중견 기업 지원 정책의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국가 챔피언 기업 육성정책은 정부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선정해 재정 및 기술개발 지원,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 실현을 돕는 산업 정책 중 하나다. 이 중 하나인 '월드클래스 300(WC300) 사업'은 2011년부터 매년 5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며, 연간 30~56개 기업을 선별해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상당 규모의 보조금 투입에도 매출액 증가 등의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WC300 사업 지원을 받는 기업이 미지원기업보다 지원 후 3년간 매출이 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는 소수 기업에 국한된 결과이며, 지원 기업 중 상당수는 지원 이후 오히려 낮은 매출 증가율을 보여 정책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소수 기업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했는데도 기업들이 성장 도약을 달성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생산성 향상이나 성장촉진을 위한 투자에 자금이 절실히 필요한 기업보다 성장 잠재력이 낮거나 자금 필요성이 크지 않은 기업에 보조금이 지원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부연했다.
김 연구위원은 소수 기업을 선별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대상 기업을 선별하는 정부에 가용한 정보가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로비와 지대추구에 집중할 요인이 있다. 또한 선별적 지원으로 소수 기업만 혜택을 받게 돼 시장경쟁을 왜곡할 수도 있다.
이에 KDI는 단순한 보조금 지원이 아니라 기업이 직면한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비스포크 수행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비스포크 수행 모델은 개별 기업의 성장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조직 내 기능이 해당 성장전략에 적합한지 평가해 이를 실행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비스포크 수행 모델은 △기업 선별 △지원 계획 수립 및 수행 △성장과 네트워크 등 3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기업 선별 단계에선 스케일업 경험이나 전문 지식이 풍부한 디렉터가 현장에 직접 방문해 상세한 평가서를 작성, 지원의 효과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한다. 이어 지원 계획 수립 및 수행 단계에선 각 기업에 디렉터가 배정돼 일정 기간 일대일 맞춤형 자문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성장과 네트워크 단계에선 지원기관, 투자사 등 네트워크를 통한 민간 자금과 컨설팅을 매칭하고 다양한 형태의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한다.
김 연구위원은 "국가 챔피언 기업 육성 정책이 보조금 지원과 같은 재정적 수단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승자 선정의 위험이 커지고 정책이 의도한 대상에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보조금과 같은 '거래적 지원'보다 멘토링과 전략적 조언 등 '관계적 지원'이 성장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보조금을 연구·개발(R&D) 활동에만 한정해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차원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 가지 차원에만 집중하는 지원은 기업 성장에 효과적이기 어렵다"며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은 성장 과정의 다차원적 특성을 반영하고 개별 기업의 요구 사항에 맞춘 지원을 제공할 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WC300 지원이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 지원 3년 후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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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세종=조아라 기자 (abc@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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