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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5 (목)

    무리한 포켓몬 대회 탓에 아이들이 혹사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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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켓몬 코리아가 주최하는 '포켓몬 카드샵 대항전'이 무리한 일정으로 참가하는 13세 미만의 주니어 선수와 학부모의 피로가 극심해지고 있다.

    주니어 선수의 반강제적인 참여를 불러오는 규정과 22주 동안 18주 주말을 대회에 할애해야 하는 강행군, 긴 이동 및 대기시간, 휴식 공간의 부재 등 아이들을 고생시키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포켓몬 코리아는 국내 포켓몬 카드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을 늘리고자 주니어 선수 대회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하지만 주니어 선수의 참여 기회가 늘어난 것에 비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정 조율 및 휴식 공간 관리 등의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 의도와 달리 유저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다.

    ■ 승점 특혜로 주니어 선수 반강제적 참여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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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니어 추가 승점 규정으로 반강제적인 참여가 현실이다 (출처 : 포켓몬 코리아 공식 규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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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켓몬 대회 카드샵 대항전 문제는 규정에서 시작된다. 대항전은 주니어 선수 참여가 반강제적인 상황이다. 승리 시 30점, 무승부 시 10점, 패배 시 0점을 얻어 누적 승점이 가장 높은 대표 3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을 놓고 겨룬다.

    대회에는 승패와 관계없이 엔트리에 주니어가 1명 출전할 경우 승점 20점, 2명 이상이 출전할 경우 승점 50점을 제공하는 규정이 있다. 주니어 2명이 나가 져도 최소 승점 50점은 확보하는 셈이다. 한 번 이길 때보다 점수가 더 높다.

    해당 규정으로 인해 각 매장 대표팀은 팀의 승리를 위해 어쩔수 없이 주니어 선수 2명을 매 경기마다 내보낼 수밖에 없다. 일례로 시즌2 플레이오프 진출을 가르는 3등 결정 과정에서 인천과 광주는 승수가 똑같았지만, 광주는 주니어 선수가 부족해 점수가 밀려 탈락했다.

    이에 대해 포켓몬 코리아는 "포켓몬 카드샵 대항전은 전국 각 카드샵을 대표하여 선발된 선수들이 포켓몬 카드게임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경기 실력을 향상시켜 장기적으로 포켓몬 카드게임 대한민국 대표로 성장할 수 토대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어 "성인뿐만 아니라 미성년 유저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오픈대회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라며 "주니어 다수를 팀에 소속시킨 이유는 대회 기간 동안 참가를 희망하는 선수에게 최대한 고르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니어 승점은 23년부터 최대 50점에서 30점으로 하향했다"며 "진행하는 모든 대회는 자율 참가가 기본이고, 어떠한 출전 강요나 강제 조항은 없다"고 강조했다.

    선수들 생각은 포켓몬 코리아 입장과 다르다. 일전에 매장 대표을 맡은 적이 있는 한 선수는 "대회는 승패를 가리는 곳"이라며 "출전 강요와 강제 조항이 없다곤 하나 추가 승점을 제공하는 규정 자체가 반강제적인 참여 유도와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체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인 선수들과 대결해야 하는 주니어 선수의 심적 스트레스도 언급했다. 그 선수는 "리저널이나 월즈에서 마스터와 주니어 대회 별도로 운영되겠는가. 아이들도 감정이 있다. 지면 분하고 슬프며 주변 눈치도 본다. 부담감도 심하다"라며 주니어를 위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들의 현실은 반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주니어 선수의 출전 여부만이 순위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주니어 선수를 포함한 게임의 실력을 반영할 수 있는 포용적인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22주 동안 18주의 주말 바치는 강행군과 휴식 공간의 부재

    선수들은 무리한 일정도 꼬집었다. 대항전이 열리는 22주간 주니어 선수는 대항전 10회, 코리안 리그 4회에 더해 시즌2부터 신설된 주니어 리그 4회까지 18번의 주말을 대회에 나가야 한다.

    카드샵 대항전은 홈어웨이 방식으로 전국 9개 매장에서 대항전이 열리는 만큼 주말마다 지방 출장이 빈번하다. 장거리 원정 경기 시 주니어 선수뿐만 아니라 선수의 보호자가 함께 동행하기 때문에 시간적 부담과 비용 지출이 크게 발생한다. 무엇보다 주니어 선수의 체력 부담이 크다.

    일정은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강행군이다. 선수 집합 시간 기준 13시 30분부터 18시 30분까지 대회가 진행된다. 이 때 대기시간이 상당히 긴 편이고, 추가 촬영이나 인터뷰 등이 있는 경우 일정은 더욱 늦어진다. 공간도 부족해 제대로 휴식조차 취하지 못한다.

    열악한 상황인데도 주니어 선수는 추가 승점을 위해 1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한다. 현재 승점 제도에서는 각 팀이 2명의 주니어 선수를 각각 다른 라운드에 1회씩 출전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달랑 한 경기를 위해 주말 전부를 바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거리가 긴 원정 경기가 있는 날에는 주니어 선수와 보호자는 최소 1박 2일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단 한 경기만을 위해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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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거리 원정 경기의 경우 정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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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톡과 인터뷰를 진행한 한 주니어 선수의 부모는 "지방에서 경기가 있으면 온가족이 총출동하고 있다"라며 "부모라면 돈보단 아이 컨디션을 먼저 생각한다. 당일 새벽부터 애 깨워서 차에서 재우는 부모가 몇이나 되겠는가. 사비를 들여서라도 호텔에서 재우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거리가 먼 지방 일정을 소화할 경우 간혹 2박 3일 일정을 짜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단순히 끝나고 집에 가면 된다는 주최측 입장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아동이 참가하는 대회라면 그에 맞는 제도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매장 공간 문제도 지적했다. 학부모는 "선수, 감독, 보호자, 포켓몬 코리아 관계자까지 100명 정도의 인원이 하나의 매장에 모인다. 방송 장비도 있다"며 "대기 시간동안 아이들을 쉬게 할 마땅한 공간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매장에 공간이 있으면 연습 게임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낼텐데, 그 연습 공간 자리마저 여의치 않다는 한탄이다. 대기시간 동안 쉬려고 호텔에 데려가 잠을 재우거나, 카페에 데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다른 학부모 역시 "어른들이야 참고 견딜 수 있지만, 아이가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아이가 다수 참가하는 대회인 만큼 배려가 필요하다. 지금으로서는 주최 측이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 강제는 아니지만, 안 나오면 지원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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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니어 선수가 쉽사리 대회를 포기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지원금이 있다. 각 매장 대표팀에는 최소 5명의 주니어 엔트리를 등록해야 한다. 이 때 주니어 선수를 5명에서 10명으로 확대할 경우 포켓몬 코리아로부터 운영 지원금 200만원에 추가로 100만 원을 더 받는다.

    추가 지원금은 인원만 맞춘다고 해서 지급되지 않는다. 각 대표팀 주니어 선수가 주니어 리그에 3인 이상 출전하지 않을 경우 국물도 없다. 대표 선수들은 사실상 지원금을 볼모로 아동의 강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니어 리그는 대외적인 공지 없이 내부적으로 운영된다. 우승자 발표나 유튜브 방송도 하지 않는다. 대표팀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유저들은 해당 리그에 대한 정보조차 들어보지 못한 이들이 많다. 입상 상품도 신제품이 아닌 고작 부스터 팩 2박스다.

    해당 주장에 대해 포켓몬 코리아는 "주니어 리그는 주니어들끼리의 팀배틀 대회로 각 카드샵에서 3명이상 출전시킬 경우 카드샵의 운영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지원금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라며 "참가 여부는 팀의 자율로 진행되고, 실제 주니어리그에 여건상 참가하지 않고 지원금을 받지 않는 카드샵도 있다. 절대 강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포켓몬 코리아의 입장에 대해 과거 매장 대표팀 감독은 "달마다 기본 지원금 200만 원이 나오지만, 출전하는 선수가 오고 가는 교통비와 식대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주니어 추가 지원금이 없을 때 몇몇 매장 대표팀은 선수, 혹은 점주 사비로 이를 충당해 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홈어웨이 방식의 대회 포맷을 만들었다면 이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추가 지원금 100만 원이 없으면 각 대표팀 선수마다 금전적 부담이 매우 크다. 주니어 리그에 불참하기 어려운 이유가 이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대회 입상을 목표하는 각 대표팀들은 주니어 선수들의 학부모들 끼리 일정을 조율해 어떻게든 출전 선수 3명을 확보하려고 하는 상황인 셈이다.

    그 감독은 "일전에 제사나 가족여행 등의 일정으로 주니어 선수 대부분이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라며 "그 때 마스터 선수들은 한사코 거절했지만, 지원금이 없으면 일정 소화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학부모님들끼리 어떻게든 일정을 조율한 바 있다. 의도가 어찌됐건 간에 현실은 이렇다"고 지적했다.

    주니어 리그에 나가지 않는 매장 대표팀도 상황이 정말 여의치 않아서 못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전적 부담으로 상위권을 포기하고 마스터 3명만 보내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 감독은 "대회장에 아이만 덜렁 보내는 부모님들은 없다"라며 "학부모님들은 사비를 들여 매주 아이를 지원하고 있다. 포켓몬 코리아가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을 일관한다면 각 대표팀들의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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