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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중략)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12월 3일 오후 10시 28분경부터 TV를 통해 흘러나오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신문사는 발칵 뒤집혔다. 퇴근했던 부서장들이 속속 편집국으로 모였고, 사진부장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실 전속 사진이 방금 막 들어왔습니다!” 오후 11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소식은 사진기자가 아닌 대통령실 전속 사진사가 찍은 사진으로 다음날 특별판에 실리게 됐다.
비상계엄 상황이니 대통령실은 출입 기자들을 소집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도 대통령실은 자주 출입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한 채 전속 사진사를 통해 찍은 사진을 미디어에 배포한다. 그 기준은 뭘까? 현직 사진기자이며 전직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였던 저자 변영욱은 새롭게 출간한 <사진 속 권력>(한울)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사진이 매체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흥미롭게 풀어놨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이후의 대통령 ‘어공’ 전속 사진가들은 대체로 40대의 나이로 젊은 편이었다. 역대 대통령 전속 사진가들치고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특히 순방을 가거나 외부 행사에 가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일정을 소화하느라 고생하는 모습이었다. 순번에 따라 돌아가며 대통령 행사를 촬영하는 기자들에 비해 거의 모든 행사를 옆에서 기록해야 하는 전속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대신 대통령의 거의 모든 일정을 기록하는 데다 가장 좋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점에서 사진 찍는 사람으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누린다.”
저자가 경험한 대통령을 찍는 전속 사진가들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면 사진기자들은 어떨까?
“대통령 사진 촬영 팀의 규모를 결정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상황에 따라서 기자단 전체 개별 취재, 대통령실 실내 행사 풀, 국내 외부 행사 풀, 해외 풀, 전속 공개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국내 행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4명이 배치된다. 언론사로는 신문사 소속 2명과 통신사 소속 2명이다. 국내 대통령 행사의 실제 현장에는 본관 행사의 경우 신문사, 통신사 소속 사진기자 4명 이외에 사진 전속 2명, 동영상 전속 2명, 방송 카메라 풀 2명(카메라 1대), 종편 풀 2명(카메라 1대) 등 13~15명이 풀단으로 구성된다.”
사진기자와 전속 사진가들은 찍는 장소와 대상은 같지만, 결과물은 상당히 다르다. 대통령실에서는 국정 수행에 유능한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 노력하지만, 사진기자는 뉴스의 흐름에 촉각을 세우고 그에 맞는 장면을 포착하려 노력한다. 따라서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사진기자가 반가울 리 만무하다. 그래서 민감한 상황은 사진기자에게 공개하지 않고 전속 사진가만 촬영하는 일이 자주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이미지 정치는 40년에 불과한 젊은 역사다. 한국 현대사가 압축 성장을 했듯이 이미지 정치도 압축적으로 발전했다. 태동기와 성숙기가 동시에 이뤄지는 느낌이다. 걸음마를 떼자마자 뛰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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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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