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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안재형 기자의 트렌드가 된 브랜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 다재다능한 7인승 SUV의 진화 당장 떠나고 싶은 35년산 패밀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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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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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랑 레인지로버는 뭐가 어떻게 다른 거야?”

영국의 자동차 브랜드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 중 하나는 랜드로버와 레인지로버의 차이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JLR’(Jaguar Land Rover Automotive PLC)란 브랜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중 국내에도 친숙한 이름은 ‘재규어’와 ‘랜드로버’다. 별개의 회사였던 두 브랜드는 2008년 1월 18일 인수 합병을 거쳐 JLR란 이름으로 하나의 회사가 됐다. 사실 이 두 브랜드의 만남이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BLM, BMW, 포드 등 여러 브랜드가 등장하며 우여곡절을 겪다 지금은 인도의 다국적기업 타타그룹 산하에서 다시금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브랜드 재기를 위한 자금력이 부족했던 JLR 입장에선 그룹의 후원이 든든했고, 소형차와 상용차만 생산하던 타타그룹 입장에선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통로였다. 그래서 랜드로버는 뭐고 레인지로버는 뭐냐고? 랜드로버는 SUV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완성차 브랜드다. 플래그십 모델로 ‘디스커버리’와 ‘디펜더’ 등이 있다. 그리고 이들보다 한 단계 위 등급이 바로 레인지로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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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에 걸친 영국식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랜드로버를 대표하는 7인승 패밀리 SUV 디스커버리가 올해 서른다섯살이 됐다. 198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디스커버리는 ‘프로젝트 제이(Jay)’란 이름의 개발 계획 아래 탄생한 역작이었다. 당시 프로젝트를 담당한 랜드로버의 총괄 디렉터 토니 길로이는 브랜드의 기함급 모델 레인지로버를 기반으로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가족들이 멀리 여행할 수 있는 새로운 차량’을 디자인했다. 냉전이 완화되고 경제 호황이 지속되던 1980년대 말, 디스커버리는 출시와 함께 성공이란 딱지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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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디스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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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디스커버리’(1989~1998년)는 레인지로버의 섀시와 구동 렬이 기반이 됐다. 디펜더와 비슷한 윈드스크린과 도어, 레인지로버에서 본 듯한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까지, 좋은 건 받아들이고 새롭게 디자인했다. 최초의 디스커버리는 두 개의 도어에 클램셸 보닛도 없었다. 스페어 휠이 달린 테일케이트는 측면으로 열렸고, 지붕의 알파인 램프와 고무매트는 디펜더를 연상시켰다. 이듬해인 1990년에는 현재 방식의 5도어 버전이 출시됐다. 두 버전 모두 5인승 기본 좌석에 2개의 보조 좌석(트렁크)을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실내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1989년 브리티시 디자인 어워드 수상으로 이어질 만큼 대단했다. 영국의 디자인 거장 테렌스 콘란의 ‘콘란 디자인’과 협업한 초기 실내 디자인은 수납 포켓과 그물망이 있는 루프 라이닝 등 세심한 배려가 주목받았다. 연료 직분사 방식의 2.5ℓ 200TDi 엔진을 탑재한 초기 디스커버리는 실용적이고 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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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디스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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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가을에 완성된 ‘2세대 디스커버리’(1998~2004년)는 럭셔리한 분위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가죽 시트와 에어컨을 갖춘 ‘ES’ 모델이 추가됐다. 내리막길 주행 제어장치, HDC(Hill Descent Control) 등 새로운 기술이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한 단계 향상시켰다. 당시 랜드로버는 “1세대와 비교해 2세대에는 720가지 변경사항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인기가 높았고 공을 들였다는 방증이다. 디펜더에 탑재된 2.5ℓ Td5 디젤 엔진도 추가됐다. 업계 최초로 액티브 코너링 강화 기술도 도입됐다. 1세대와 달리 레인지로버와 비슷한 6:4 접이식 뒷좌석이 적용됐고, 1999년에는 앞 좌석 트윈 에어백을 장착한 최초의 SUV란 타이틀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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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디스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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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디스커버리’(2004~2009년)는 좀 더 현대적으로 진화한다. IBF(Integrated Body Frame·통합 차체 프레임) 방식으로 설계된 차체부터 달랐다. 레인지로버에 포함된 FIS(Full Independant Suspension) 기능도 탑재됐다. 온·오프로드의 도로 상황에 따라 차고를 올리고 내리는 기술이다. JLR의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 기술도 3세대 디스커버리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이 무렵 디스커버리는 영국 왕실의 인기 차종으로 떠오른다. 승마나 보트, 캠핑까지 각종 장비 등을 견인하는 능력이 여타 경쟁 차종과 비교해 탁월했다. 3세대 디스커버리부터 성인 7명을 위한 전방향 시트가 마련됐고, 뒷좌석 시트를 2:2:2, 3분할로 접을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2열의 경우 가운데 좌석을 좌측 시트에 붙여 6:4 비율로 2분할했지만 3세대 디스커버리부터 가운데 좌석도 양옆 좌석과 비슷한 수준의 폭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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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디스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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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디스커버리’(2009~2016년)는 3세대 차량을 기반으로 완성된다. 2010년식 레인지로버와 패밀리룩이 적용돼 전조등과 후미등의 디자인이 바뀌었고, 전면부 그릴도 새롭게 디자인됐다. 그동안 레인지로버에만 탑재되던 서라운드 카메라 시스템 등 전자식 편의기능도 옵션으로 적용되며 프리미엄 기능들이 대거 탑재된다. 4세대 부터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 위의 로고가 ‘LAND ROVER’에서 ‘DISCOVERY’로 바뀌는데, 그만큼 디스커버리에 대한 마니아층의 신뢰가 견고했다. 특히 2012년부터 변속기가 기존 6단에서 8단으로 바뀌며 기어봉이 재규어가 도입한 원형 다이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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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디스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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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출시돼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5세대 디스커버리’는 첫 출시 이후 글로벌 누적 판매량 120만 대 이상을 기록하며 베스트셀링카 반열에 오른다.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사용해 2, 3열 좌석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인텔리전트 시트 폴드’ 기능, 손목 밴드 형태의 ‘액티비티 키’ 등 첨단 기술도 탑재됐다. 현재 슬로바키아 니트라에 자리한 최첨단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디스커버리는 내·외장 디자인을 개선한 2024년형 모델(9420만~1억2760만원)이 최신형이다. 48V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인제니움 3.0ℓ I6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I6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뉴 디스커버리 P360 Dynamic HSE’는 최고출력 360PS, 최대토크 51㎏·m의 힘을 발휘해 제로백이 6.5초에 불과하다.

국내시장서 시들한 인기, 하지만…
랜드로버의 올 국내시장 성적은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신차등록현황을 살펴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3544대를 기록해 전체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판매량을 견인했던 5세대 레인지로버와 디펜더의 인기가 올해도 여전했다는 평가다. 올 10월까지 레인지로버는 1372대, 디펜더는 877대,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681대가 판매됐다. 문제는 디스커버리에 대한 반응이 시들하다는 것. 100위까지 집계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베스트셀링카 순위에서도 디스커버리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국내 수입차 딜러사의 한 임원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매하는 국내 고객들은 상위 등급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랜드로버의 경우 국내시장에서 디스커버리보다 한 등급 위인 디펜더와 레인지로버의 판매량이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1호 (202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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