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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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행위자 이해승의 재산을 물려받은 후손을 상대로 정부가 이를 환수하려 한 시도가 끝내 실패했다. 앞서 정부는 이해승 재산을 환수하려다 소송에서 패한 후 친일재산귀속법을 개정해 다시 환수에 나섰는데,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 이 같은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정부가 이해승의 후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이해승 땅의 소유권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7명은 원심처럼 이 회장이 당초 정부가 환수 청구한 138필지 중 1필지만 돌려주면 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과거 소송에서 이해승 땅에 대한 환수 결정을 취소하면서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확정했는데, 이와 반대되는 소송을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김상환·노태악·이흥구·오경미·박영재 대법관은 “국가 귀속 결정이 취소됐더라도 국가가 친일 행위자 측을 상대로 친일재산 소유권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돼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세손 이해승은 한·일 강제 합병 직후인 1910년 일제로부터 후작(侯爵) 작위를 받고 친일단체에서 활동했다. 후작은 조선 귀족이 일제로부터 받은 가장 높은 지위였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그를 반민족 행위자로 지정했다. 그러면서 이해승은 당시 친일재산귀속법상 ‘한일합병의 공(功)으로 작위를 받은 자’로 재산 환수 대상이라고 판단, 같은 해 11월 손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의 땅 192필지를 국가에 귀속시키라고 했다.
이에 이 회장은 불복해 소송을 냈는데, 대법원은 이 회장 손을 들어줬다. 이해승이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게 아니라, 왕족이라는 이유로 작위를 받았다는 이 회장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국회는 2011년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부분을 삭제했다. 또 ‘확정 판결에 따라 친일재산귀속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확정된 경우, 개정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부칙 조항이 들어갔다. 정부는 이 조항을 “과거 국가 귀속 결정에 대해 개정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이해승의 땅은 다시 국가에 환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번 소송을 냈다.
1심은 확정 판결이 된 사안에 대해 개정법의 소급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정부의 소송을 기각했다. 2심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다만 애초 환수 대상이 아니었던 필지 1개에 대해서는 국가에 반환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가 귀속 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됐다면 그 재산은 더 이상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라며 “민사 소송으로 (국가 귀속 결정이 취소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다는 것은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 원칙 및 확정 판결 존중 등 법적 안정성의 요청에 실질적으로 반하는 해석”이라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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