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입장제한 요청 구체적 사유 안 밝혀"
지난해 5월 15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을 찾은 시민들이 정원 개방을 기념해 열린 꿈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즐기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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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주제로 한 색칠놀이 도안을 용산어린이정원에서 나눠준다'는 비판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시민들에 대해 정원 출입을 금지한 건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이주영)는 19일 김은희 용산시민회의 대표 등 4명이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을 관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제기한 출입거부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LH)는 대통령 경호처가 원고들의 입장 제한을 요청한 구체적인 사유가 무엇인지 전혀 밝히지 않았다"며 "이는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근거 제시 의무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김 대표 등은 지난해 7~8월 용산어린이정원에 들어가기 위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예약하려 했지만 '예약신청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들이 '윤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도안'과 관련해, 페이스북 등에 "(정원 내) 특별사진 전시장은 온통 윤석열 김건희 사진뿐이다. 놀라운 것은 윤석열 김건희 색칠하기가 5종이다" 등의 글을 올린 후였다. 규정에 따르면 국민 누구나 사전 방문예약신청 등 출입 절차를 거치면 정원 출입이 허용돼야 한다.
이들은 "게시글 작성 이후 출입 통제를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대통령 경호처는 "다른 불법적인 행위 때문"이라고 반박하면서도 구체적 사유를 밝히진 않았다. LH도 출입금지를 요청한 기관이 대통령 경호처라고 하면서도 구체적 사유에 대해선 재판이 끝날 때까지 설명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는 관련 기관인 대통령 경호처로부터 요청을 받아 '용산 반환부지임시개방구간 관람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입장 제한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규정은 용산공원법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내부의 업무처리 지침에 불과해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며 "처분이 긴급했다거나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사항에 해당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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