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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법없이도 사는법]윤석열의 송달, 이재명의 송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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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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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건을 심리중인 헌법재판소가 연일 브리핑을 열어 기자들에게 사건 진행과 관련한 사항들을 알리고 있습니다. 지난 18일에는 국회와 윤 대통령 측에 준비 명령을 내렸으며 특히 윤 대통령측에는 계엄 포고령, 국무회의록을 24일까지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습니다.

◇'탄핵소추의결서’안받는 윤대통령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송달’과 관련한 사항입니다.

헌재는 지난 16일 윤 대통령에게 보낸 탄핵소추 의결서와 답변서 제출 요구 공문을 윤 대통령이 받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우편으로 대통령실에 발송한 문서는 지난 17일 오전 11시 31분 ‘수취인 부재’로, 대통령 관저로 발송한 문서는 같은 날 9시 55분 ‘경호처 수취 거부’로 통지됐다고 합니다. 헌재는 18일 다시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송달이 이뤄질 지는 불투명합니다.

송달은 소송 등 법적 절차에 연루된 당사자에게 그 내용을 알리는 것입니다. 송달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절차를 진행하면 당사자, 특히 소송을 낸 측이 아니라 당한 측에서는 ‘적법 절차 흠결’을 문제삼을 소지가 커집니다.

경매절차에서는 채무자에게 ‘경매개시 결정’이 송달되지 않은 경우 경매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이 매각되더라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헌재로서는 어떻게든 송달을 해야 할 부담을 지게 됩니다. 특히 탄핵소추 사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서류인 ‘소추의결서’ 송달은 절차 진행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헌재는 앞서 오는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변론준비기일은 주심재판관과 수명법관이 윤 대통령을 소추한 국회, 그리고 소추를 당한 윤 대통령 측과 함께 쟁점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변론 계획을 수립하는 절차입니다.

그러나 송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들 절차를 진행하기가 매우 곤란해집니다. ‘탄핵소추 의결서’의 경우 국회가 어떤 내용으로 윤 대통령을 소추했는지 적은 서류입니다. 형사재판에서 공소장과 마찬가지로, 심판의 기초가 되는 서류이기 때문에 소추의결서가 송달되지 않았다면 쟁점을 정리하는 준비기일을 열기도 곤란한 상황이 된 것이지요.

앞서 헌재는 16일 윤 대통령에게 탄핵심판 의결서가 도착했다는 통지를 하면서 답변서를 제출하라는 서류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답변서는 의결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제출돼야 합니다. 헌재 탄핵심판에는 형사소송법이 준용(準用)되는데 형사소송법 266조의 2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 공판준비절차에 관한 의견 등을 기재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서 ‘7일’이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제가 되는 ‘의결서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7일 이내 답변서 제출’ 또한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입니다.

윤 대통령에게 강제로 서류를 보내거나, 송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형사소송법 63조는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는 공시송달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법원 사무관이 송달할 서류를 보관하고, 그 사유를 법원 게시판에 고지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형사소송과 다른 헌법 소송 절차이고, 위헌 여부 판단과 달리 당사자에게 ‘파면’이라는 법적 효과를 낳는 절차입니다. 게다가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 원수 지위에 있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공시송달로 진행하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헌재법에 따라 ‘송달 간주’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전자송달의 방법을 정한 헌재법 78조 4항이 ‘송달받을 자가 등재된 전자문서를 헌재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확인한 때에 송달된 것으로 본다’고 한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헌재법 78조 적용 사항이 아니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법 1항은 헌재가 당사자와 관계인에게 전자송달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단서에서 당사자와 관계인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 적용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전자송달에 동의하지 않는 한 그 세부적 방법을 정한 4항은 적용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유력합니다.

◇ ‘소송기록 접수통지서’ 안받던 이재명

이 같은 절차 지연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과도 닮아 있습니다. 사실 지연을 먼저 시작한 것은 이 대표입니다. 이 대표는 이미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고 이 형이 확정되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공직선거법은 1심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내에 진행돼야 하는데 이 대표 1심 판결은 지난 11월 15일 났고, 규정대로라면 내년 2월 15일 이내에 2심 판결이 나야 합니다.

이 대표의 경우 항소심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를 받지 않아 법원이 ‘집행관 송달’ 까지 나섰습니다. 형사소송법은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20일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바로 항소가 기각되기 때문에 그 송달이 매우 중요합니다.

18일 법원이 ‘집행관 송달’을 통해 이 대표 사무실이 있는 국회의원회관의 비서관에게 겨우 송달을 마쳤지만 그 과정은 간단치 않았습니다. 처음 보냈던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는 ‘이사불명’(이사를 했지만 새로운 주소지를 알 수 없어 송달되지 못한 경우) ‘폐문부재’(문이 잠겨 있거나 집에 아무도 없어 송달되지 않은 경우)로 송달되지 않았고 법원이 급기야 직접 집행관을 보내 송달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고법은 지난 17일 당대표실이 소재한 서울 남부지법과 자택이 있는 인천지법에 집행관 송달을 위한 촉탁서를 보냈고 집행관을 통한 ‘직접 배달’ 이 드디어 이뤄졌습니다.

만일 이 대표에게 ‘집행관 송달’도 실패했다면 법원은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요. 다시 한번 집행관 송달을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송달을 시도한 후 역시 최후의 방법으로는 ‘공시송달’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이기 때문에 요건이 매우 엄격합니다. 실무상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법원이 경찰서장에게 ‘소재탐지 촉탁’을 보내고, 경찰도 소재파악이 안 될 경우에는 경찰이 ‘소재탐지 불능 보고서’를 법원에 냅니다. 이후 공시송달 절차로 들어갑니다.

사실 이런 방법은 주로 범죄에 연루돼 있거나 빚독촉을 피해 도주중이어서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나 쓰는 것인데, 원내 1당의 대표로서 공공연하게 활동하는 이 대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방법이기는 합니다.

이 대표측이 송달을 받으면서 법원이 소송기록 접수통지서와 함께 보냈던 ‘국선변호인 선정을 위한 고지’도 크게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소송서류는 당사자 뿐 아니라 변호인에게도 송달할 수 있는데 이 대표는 아직까지 2심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법원이 이 고지를 보낸 것은 ‘필요하면 국선변호인 선정 신청이라도 해서 송달을 받으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일각에서 이 대표 항소심 사건에 대해 ‘공시송달’이 취해졌다는 보도가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공시송달’을 한 것은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이고, 그 대상은 ‘항소장 접수통지서’입니다. 즉 1심 판결 후 이 대표와 검찰이 모두 항소했고, 항소장을 접수한 1심 법원은 상대방의 항소 사실을 알려 주는 서류를 보냈는데, 이 서류가 폐문부재로 송달되지 않자 공시송달 조치를 취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상소 사실을 상대방에게 지체없이 통지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356조에 따른 절차로, 2심 진행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송달 안받는 불이익,누가 더 클까

한쪽은 헌법소송이고 한쪽은 형사소송이어서 동일선상에서 비교는 어렵습니다만, 앞으로도 ‘송달불능’ 사태가 발생하고 만일 공시송달과 같은 최후의 조치를 고려한다면 이 대표쪽이 좀더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 대표는 이 절차가 처음이 아니고 2심이기 때문입니다. 한 현직 판사는 “1심에서 무죄주장을 했고, 증인신문을 비롯하 여러 방어권을 행사했으며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송달을 받지 않아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상태에서 절차가 종결될 경우 받기 되는 불이익의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소송은 단심제이고 이제 막 절차가 개시됐기 때문에 중단돼 있다면 직무집행이 정지된 상태가 유지되고, (별로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취하되면 탄핵소추 의결 전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경우 만일 공시송달을 통해 피고인 출석 없이 2심 판결이 진행되고 선고까지 이뤄진다면 1심의 의원직 상실형이 그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대표측 ‘소송기록 접수통지서’ 수령으로 일단 한 고비는 넘었습니다만, 앞으로도 만만치 않은 과정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송달’문제가 어떤 법적 쟁점까지 이어질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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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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