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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가 19일 통상임금 관련 기존 판례를 11년 만에 뒤집으면서 산업계와 법조계에 큰 파장을 예고했다.
당장 통상임금 범위가 크게 확대되면서 비슷한 경우로 소송을 진행 중인 수백 개 기업이 해당 판결 이후 줄줄이 각종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근로자에게 돌려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이 진행 중이지 않은 기업들도 재직자 조건 등이 있었다면 새해 노사협상 때부터 변경된 판례를 반영해 상여금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재직조건’ ‘근무일수 조건’과 관련된 한화생명보험·현대자동차의 통상임금 사건을 선고하면서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를 위해 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 및 병행사건(이 판결 선고 시점에 같은 쟁점으로 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들)에는 새로운 법리가 소급해 적용된다”고 밝혔다.
‘세아베스틸’이 같은 쟁점으로 대법원에 올라와 있는 대표적 사건 중 하나다. 산업계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 한국유리도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중이고 삼성화재도 2심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지만 하급심까지 포함하면 사건 수가 수백 건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통상임금 범위는 크게 늘어날 것이고, 정기상여금뿐 만 아니라 재직자 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명절상여금 등도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는 “통상임금이 늘어나면서 통상임금을 기본으로 해서 계산되는 연장, 야간, 휴일, 연차보상비 등 각종 법정수당과 퇴직금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진 기업들은 근로자에게 해당 부분을 소급해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과 관계없는 기업들도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 중이지 않은 다른 기업들도 새로운 기준이 정립됐기 때문에 노사협상 내용을 다시 한번 검토하고 새롭게 협상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채권은 시효가 3년이다.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들은 소송 제기 시점 3년 전부터 선고가 날 때까지의 통상임금과 수당이 모두 이번 선고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세아베스틸은 고등법원 선고가 6년 전에 있었기 때문에 9년 전부터 임금에 영향을 받는다.
이번에 대법원이 비교적 명확하게 결론을 냈기 때문에 소송대란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법조계 관측이다. 이명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소급효가 미치는 범위는 오늘 선고된 사건 두 건과 병행사건”이라며 “오늘 이후 임금에 한해서 사용자가 임금을 적게 준다면 사용자가 패소할 게 확실하기 때문에 그렇게 지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소송대란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향후 노사 관계에서는 긴장감이 조성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 판결 선고일 과거분에 대해서는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단체소송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다음달부터 임금 지급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임금 체결과 관련해 노사 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면서 “사측은 판결에 따라 임금총액은 변하지 않되 성과급을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려고 하고 노조나 근로자는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앞으로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을 재산정해서 지급해야 하는데 사측이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노조 측이 소송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해 판례가 변경된 만큼 현장에 혼란이 있을 수 있으니 현장 지도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그동안 대법원 판결을 기초로 해서 노동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통상임금 산정 지침을 마련해왔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현장에 당장 적용하기엔 새로운 법리 적용 시점 등 모호한 부분이 있어 분석 중”이라며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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