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라노’ 시즌3 내년 2월23일까지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뮤비서 영감 받기도
류정한 프로듀서 “어지러운 세상, 용기 선사”
뮤지컬 ‘시라노’는 스페인 고전문학 ‘돈키호테’에 비견되는 프랑스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다. 혼란스러운 17세기 프랑스에서 “세상이 나를 짓밟아도 저 달 따라 콧대 높이 쳐들고” 전진하는 순수하고 용맹한 영웅 시라노의 헌신과 순애보를 그린다. RG컴퍼니, CJ 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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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달빛, 새빨간 장미. 결코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 없는 ‘낭만 호걸’ 시라노가 5년 만에 돌아왔다. 거인 앞에 당당히 콧대 세우고 낮은 자에게 무릎 꿇는 그 모습 그대로, 서사는 묵직해지고 애수는 더욱 깊어졌다.
6일 개막한 뮤지컬 ‘시라노’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내년 2월 23일까지 관객을 맞는다. 2017년, 2019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시즌을 맞아 넘버, 등장인물, 무대 등 작품 전반을 대폭 수정해 돌아온 것.
공연은 위선과 폭력이 만연하던 17세기 프랑스,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끌며 “얼룩 한 점 없는 영혼”으로 산 시라노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고의 검객이자 익살맞은 시인이지만 괴상한 코를 가진 탓에 사랑하는 여인 ‘록산’ 앞에선 한없이 위축된다. 19세기 프랑스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원작. RG컴퍼니와 CJ ENM이 공동 제작했다.
주인공 시라노(가운데)는 가스콘 부대를 이끄는 영웅이지만 커다란 코 때문에 사랑을 숨기고 편지 대필로 마음을 대신 전한다. RG컴퍼니, CJ 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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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이끄는 주인공 시라노 역은 배우 최재림, 조형균, 고은성이 돌아가면서 연기한다. 초연, 재연에서 출연과 제작을 겸한 28년 차 ‘원조’ 뮤지컬 배우이자 RG컴퍼니 대표인 류정한은 이번 시즌 프로듀서 역할에만 매진한다. 18일 극장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그는 “영혼 바쳐 사랑한 유일한 뮤지컬이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언제나 용기를 준다”면서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더 훌륭한 배우들이 많기에 출연은 중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시라노를 빗대자면 최재림은 든든한 친구, 고은성은 귀여운 애인 같다. 조형균은 안아주고 싶은 시라노”라고 추켜세웠다.
이번 시즌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넘버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등에 참여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총 3개의 넘버를 새롭게 작곡했다. 오프닝 넘버 ‘연극을 시작해’는 각 등장인물의 배경과 당대 사회상을 더욱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이른바 ‘삐리빠라송’으로 불리며 B급 감성을 풍기던 넘버 ‘달에서 떨어진 나’는 한결 차분해졌다. 류 프로듀서는 “1막 ‘발코니 신’ 전까지 지나치게 길고 설명적이었다고 느꼈다. 오프닝 곡의 구체성을 보완해 초반 스피드를 높였다”고 했다. 이어 “‘달에서 떨어진 나’는 시라노의 어릴 적 아픔을 부각했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뮤직비디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시라노의 상징물이자 하이라이트로 등장하는 달 조형물은 초연 모습으로 돌아왔다. 달은 밝고도 애처로운 시라노의 영혼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체다. 류 프로듀서는 “재연 때는 극장 조건으로 인해 달 모형을 불가피하게 영상으로 대체했으나 질감, 색감이 전부 아쉬웠다”며 “이번 시즌 달의 의미를 강화했다. 시라노가 등장할 때 초승달 조명이 무대 바닥을 비추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무대세트는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펼쳐진다. 종이가 겹겹이 쌓인 액자 속, 빛바랜 색감의 영상이 수놓이면서 극 중 배경을 낭만적으로 구현한다.
등장인물은 원작을 토대로 더욱 명료하고 개성 있게 거듭났다. 록산의 경우 아버지가 왕궁 검술사였다는 사실 등을 추가하고, 일부 장면에서 드레스 대신 바지를 입음으로써 주체성을 높였다. 록산 역 출연진은 무술 레슨을 통해 칼 잡는 자세도 바로잡았다. 1막에서 다소 가볍게 비치던 록산의 연인 크리스티앙에게는 진지함을 더해 2막과의 연결성을 높였다. 류 프로듀서는 “원작에 관련된 자료라면 가리지 않고 샅샅이 공부했다. 시라노에게는 붉고 긴 재킷을 입혀 열정과 헌신, 강인함을 시각적으로 부여했다”며 “관객이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울고 웃으며 ‘시라노’의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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