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 "1450원대 고환율 지속된다…1500원 갈수도"
"수입물가 오르고 수출기업 경쟁력 약화…내수 불씨부터 살려야"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8.50p(1.95%) 하락한 2,435.92 코스닥 지수는 13.21p(1.89%) 내린 684.36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종가 대비 16.4원 오른 1451.9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2024.12.1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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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450원을 돌파한 가운데 국내외 요인에 따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높여 내수 침체를 악화하거나, 금융권 부실을 초래하는 만큼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미국 정책금리 인하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 전날 1451.9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원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기로 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시사하자 달러 가치가 강세를 나타냈다.
<뉴스1> 취재 결과,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1450원 내외의 고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강달러는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를 둘러싼 전망은 물론, 수출 부진과 계엄 사태 등 국내외 요인이 겹쳐 나타난 만큼 해소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 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환율이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초 트럼프의 거센 정책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환율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당분간 1430원에서 1450원 사이의 환율이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1500원으로 갈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 관세 전쟁을 하면 위안화가 평가절하될 텐데, 그럼 원화 환율이 올라가는 상황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 News1 이승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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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장기간 지속되는 고환율이 수입물가를 자극해 국내 물가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고환율 시기엔 국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강해지기 마련이지만, 중간재를 수입해 재가공한 후 되파는 최근 수출 구조상, 고환율이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가뜩이나 실물경기 침체를 겪는 우리나라 경제를 더 어렵게 하며, 최악의 경우엔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허 교수는 "국내 물가상승률이 1.5%대로 내려온 상황인데 또다시 고환율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환율이 높을 때는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생겨야 하지만 최근 우리의 수출 구조가 중간재를 달러로 사서 가공한 후 재수출하는 상황인 만큼, 환율이 높으면 중간재를 살 때 가격 경쟁력이 망가지게 된다"고 부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환율이 지속돼 내수 침체가 심화하고, 금융 부실이 늘고 자산 가격 거품이 꺼지는 경우엔 금융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설상가상으로 외환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도 않다. 김 교수는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려 해도 외환보유고가 4000억 달러 밑으로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국민연금에서 빌리고 있어 개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당장 외환보유고가 불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환율이 1500원대에 고착하고 외환보유고가 3000억 달러대로 낮아지면 국제투자자들이 우리나라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며 대외신인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환율 위기관리를 위해선 정책 당국이 외환시장에 적절히 개입하면서, 내수 진작을 통해 외부 충격이 경제에 주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허 교수는 "지금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고를 소진하면서 국민연금 환 헤지 비율을 높이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스와프 한도를 잘 잡으면서 상황을 버텨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외환시장 개입 실탄이 충분하지 않지만 정부가 국내 경제 부실화를 줄이고 내수 기업 도산을 막기 위해 내수를 부양하는 정책은 쓸 필요가 있다"며 "1월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빨리하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정 안되면 금리도 추가로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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