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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특허 항소심 승소 SK바사, 글로벌 확장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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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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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글로벌 빅 파마와의 특허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해외 판로 확장에 나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인수한 IDT바이오로지카 등을 앞세워 코로나 이후 부진한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화이자와 7년 간 끌어온 특허침해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특허법원 21부는 지난 3일 화이자의 자회사 와이어쓰 엘엘씨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손을 들었다.

'폐렴구균 백신수출' 항소심서 승소

이번 소송에서 양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 제약사에 연구 목적으로 폐렴구균 13가 '개별단백접합체' 원액을 공급한 것이 화이자와의 기존 화해 결정을 위반한 것 인지를 놓고 다퉜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폐렴구균 13가 백신 '스카이뉴모프리필드시린지'를 개발해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를 판매 중인 화이자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대법원까지 간 끝에 화이자가 승소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법원 화해 권고에 따라 화이자와 2027년 4월까지 폐렴구균 백신 국내 생산과 판매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번 소송은 화이자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해 러시아로 수출한 백신의 핵심 원재료인 접합체 원액 생산 또한 특허 침해"라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화해 결정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 제약사에 임상시험 및 분석시험을 위해 연구용 폐렴구균 원액을 수출했는데, 화이자는 "13종 접합체 원액과 완성 백신 모두 특허 발명의 기술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생산 행위 자체가 특허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화이자 손을 들어줬다. 1심 패소 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생산을 중단하고 남은 물량은 폐기해야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완제품이 아닌 연구시험 용도의 원액을 해외에 공급하는 것은 특허권 침해 범위를 벗어났다며 항소심을 제기했고, 이날 1심과 반대되는 재판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특허법의 속지주의 원칙을 재확인하며 "해외에서 발생한 행위를 국내 특허 침해로 간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완제품이 아닌 원액 수출은 특허권 침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현재 생산이 중단된 스카이뉴모 역시 프리베나13 특허 등록이 안 된 지역에 원액으로 수출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현재 화이자 프레베나13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특허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다. 유럽은 지난 2014년 특허법원이 특허 등록을 취소했으며, 미국에서도 올해 화이자 폐렴구균 백신 관련 조성물 특허를 무효로 판단했다. 이외에 아프리카나 중남미 시장 역시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생산이 재개되고 수출길이 열리려면 아직 남은 관문이 있다. 화이자가 상고를 포기해 더 이상 소송이 진행되지 않아야 하고, 이번 건과 관련해 진행 중인 불공정무역행위 관련 소송도 마무리되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올해 2월 SK바이오사이언스에 불공정무역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에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항소심 결과가 뒤집힌 만큼 불복 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이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무역위 관련 소송은 아직 결과가 나온 게 아니라 긍정이나 부정의 메시지를 내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 "스카이뉴모 수출 역시 3심이 진행되면 여전히 다투어야 할 문제로, 구체적인 수출 계획을 말하긴 어렵다. 3심 진행 여부는 화이자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판결문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만약 화이자가 3심까지 갈 경우 SK바사 입장에서는 적극 대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번 소송은 SK바사가 개발 중인 후속 백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사노피파스퇴르와 공동으로 차세대 21가 폐렴구균 백신 'GBP410'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품목허가 전부터 이미 화이자 측과 특허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쟁점은 주로 화이자가 지난 2021년 선보인 20가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20'와 관련된 599 특허 문제다. GBP410은 프리베나20에 혈청형 9N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프리베나20이 폐렴구균 백신 특허 599를 기반으로 한 만큼 이를 무효화 시킬 필요가 있다.

해당 특허전에서는 미국 특허심판원(PTAB)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이 모두 SK바사와 사노피 손을 들어 599 특허 무효로 판단하는 등 순항하고 있지만, SK 바사 측은 혹시 모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스카이뉴모 관련 소송에서도 확실히 승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DT바이오 실적 개선 핵심 역할 기대

엔데믹 이후 코로나 관련 매출이 꺾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재개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되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대상포진 백신 국내 판매량 1위와 질병관리청 조달계약 공급 물량 1위를 차지하는 등 전통의 백신 강자 GC녹십자를 제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올해는 다시 녹십자에 독감백신 공공조달물량 1위 자리를 뺏겼지만, 녹십자와 10만도즈 차이로 2위를 차지하며 지난해에 비해 양사 간 격차는 크지 않다.

올해는 새로운 성과도 있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질병청과 나라장터를 통해 내년 1월부터 NIP가 적용된 사노피 영아 6가 혼합백신 '헥사심'에 대한 수의계약을 실시했다. 수의 계약 단가는 3만8430원이며, 납품할 수량은 1만 도즈다. 납품 요구일에서 30일 이내에 지정된 보건소 등 수요기관에 납품해야 한다.

사노피 측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헥사심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마케팅 활동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혀 두 회사 협업이 공동 연구개발부터 유통·마케팅까지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했다.

대상포진 성장도 계속되고 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는 31만159도즈(1회 접종분) 판매돼 2위인 GSK의 싱그릭스(22만4334도즈)와 MSD 조스타박스(22만3842도즈)를 크게 따돌렸다. 올해 9월에는 MSD가 조스타박스 철수를 선언하며 반사이익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아이큐비아는 올해 국내 대상포진백신 시장 규모를 1000억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쌓은 현금을 통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글로벌 확장 정책도 펼쳤다. 인수 기업을 활용해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스카이셀플루와 스카이조스터에 대해서도 수출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독일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클로케 그룹이 보유한 IDT 바이오로지카를 약 2600억원에 인수하고, 미국 소재 바이오 기업 선플라워 테라퓨틱스(Sunflower Therapeutics), 피나 바이오솔루션스(Fina Biosolutions)에 각각 200만달러(약 27억8000만원), 300만달러(약 41억원)를 투자했다.

이에 따라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16억원, 영업손실 3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특히 IDT바이오로지카 실적이 4분기부터 연결 기준으로 반영되며 본격적인 외형 성장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에 위탁생산시설을 둔 IDT바이오는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기록한 대형 바이오 기업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난해 매출 3700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SK바사는 특히 이번 인수로 cGMP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확보하게 된 점에 집중하고 있다. 추가 투자를 통해 ▲항암 바이러스 ▲사전충전 주사기 ▲재조합 백신 등으로 사업 영역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또 ▲독감 ▲대상포진 ▲수두 ▲장티푸스 등 기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요 제품을 IDT바이오에 기술이전해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독일의 C(D)MO 전문회사 IDT 바이오로지카(Biologika) 인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과 생물안전 3등급(BSL-3)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확보했다"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겨냥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신규 바이오 영역으로의 진출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조성될 글로벌 R&PD 센터를 통해 바이오 CDMO 사업 확장과 신규 플랫폼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국제기구, 국내외 바이오 기업 및 연구기관 등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IDT바이오 지분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2025년 실적 턴어라운드를 목표로 향후 CDMO 사업에서 전략적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또한 올해 하반기 개시될 'PCV21가' 글로벌 3상의 긍정적 성과를 기대하며 향후 정식 출시 이후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이병현 기자 bot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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