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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국민에게 따뜻한 옷을"… 코오롱 이동찬 헌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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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동찬 코오롱 선대회장(가운데)이 1977년 국내 최초의 석유수지 제조 사업장인 코오롱유화 울산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코오롱


고(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선대회장의 아호 '우정(牛汀)'은 '물가의 소'를 뜻한다. 아호엔 정도를 지키면서도 여유롭고 풍요로운 인간 본성을 찾아야 한다는 이 선대회장의 삶의 철학이 담겼다.

특히 그는 근로자들에 대한 애정이 컸다. 그는 1991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양대 지주 중 하나인 근로자들이 더 잘해야 나라가 삽니다. 기업만 잘한다고 경제가 잘되는 게 아니지요. 근로자들도 후손에게 물려줄 풍요로운 나라 건설에 참여한다는 공감대를 가져야 합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섬유산업의 개척자, 노사문화 정립의 선구자로 불린 우정의 92년 생애는 코오롱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 새 역사를 써온 시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경영학회·매일경제 주최 '2024 대한민국 기업가 명예의전당' 헌액식이 20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됐다. 수상자는 이 선대회장이다.

이 선대회장의 손자인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은 이날 헌액 소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0년 전 할아버지 영정을 들고 장례 행렬 맨 앞에 섰던 날이 기억난다"며 "선대회장님은 제게 할아버지를 넘어 경영 멘토이자 인생 스승이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이 선대회장 10주기를 맞아 묘소를 참배하면서 조부의 가르침을 떠올렸다고 한다. 우정의 자서전 제목이기도 한 '이상은 높게, 눈은 아래로'에는 높은 꿈을 꾸되, 항상 겸허한 자세로 매사에 임하라는 철학이 담겼다. 이 부회장은 "이 말씀은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며 "선대회장의 철학과 가치를 이어받아 코오롱이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하고, 사회와 함께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22년 고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의 외동아들로 태어난 우정은 열다섯 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부친의 사업을 도왔다. "피폐한 조국의 경제, 헐벗은 국민에게 따뜻한 옷을 입게 해주자"던 선친과 함께 1957년 코오롱의 모태인 한국나이롱주식회사를 창립하고, 1963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원사 생산에 성공했다. 1977년 코오롱그룹 회장에 취임해 섬유산업에 이어 화학·건설·제약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며 코오롱을 대기업 반열에 올렸다. 2023년 기준 코오롱그룹은 자산 13조원, 연매출 11조2000억원의 재계 39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나를 키운 후에 놓아줘야 하는 것은 비단 자식뿐만이 아니다. 포기할 줄 아는 마음, 놓아주는 마음 기업도 마찬가지다"라는 신념처럼 우정은 1996년 경영 은퇴를 선언하며, 3세 경영이 안착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정은 항상 사람을 중심에 뒀다.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고 종업원 모두의 사회생활 터전이며 원천"이라고 말해왔던 우정은 1982년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14년간 지냈다. 그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맡으며 노사 문제 안정화에 기여했고, 정부나 노조를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도 서울 마포 경총회관 1층에는 그가 직접 쓴 '산업평화'라는 글귀가 새겨진 비석이 서 있다. 2007년 항구적 무분규가 담긴 코오롱그룹 노사상생동행 선언엔 우정의 철학이 담겨 있다.

스포츠를 통한 국위 선양도 우정의 업적 중 하나다. 우정은 마라톤에 대한 지원과 선수 육성에 노력을 기울이며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획득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대한골프협회장을 맡아 박세리 같은 골프선수를 육성했으며, 2002 한일 월드컵조직위원회 초대 위원장도 역임했다. 이 같은 우정의 공적은 훈장 수훈으로 이어졌다.

김연성 한국경영학회 회장은 "이동찬 선대회장은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를 쓴 K경영의 선각자"라며 "기업가정신과 애국심을 갖고 코오롱을 이끌며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기업가 명예의전당'은 한국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기업과 기업인을 선정해 그들의 공과 노력을 기리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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