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찾은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 인근 한 아파트가 폐허처럼 방치돼 있다. 오른쪽 바다 건너편에 있는 송도 고급 아파트와 대비된다. 부산 박동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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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도시 빈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방문한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은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는 '핫플'이다. 하지만 길 건너 바로 왼편에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아파트가 보인다. 아파트 뒤쪽으로 가서 보니 상태가 더 심각했다. 대부분의 창문은 깨져 있었고 문이 활짝 열린 채 방치된 집도 보였다. 1969년 270가구 규모로 지어진 이 아파트는 현재 2가구만 남기고 모두 빈집이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산 빈집은 11만4245가구로 2018년(9만9458가구)에 비해 5년 새 14.8% 증가했다. 이는 전국 특별·광역시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해 부산의 총 주택 수가 132만9000가구이니 이 중 9%가량이 빈집인 셈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인구가 줄면서 빈집이 급속히 늘고 있지만 빈집 정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빈집을 철거하기 위해서는 건물·토지 소유주에게 철거 동의서를 받아야 하지만 소유주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경우 행정 서류를 주고받는 데만 2~3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울산 중구 성남동 '젊음의 거리' 인근 옥교동 주택가에서도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유리창이 깨진 빈집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웃하고 있는 주택 3·4가구가 연달아 빈집인 곳도 있다. 사람이 사는 주택 맞은편에 있는 한 빈집은 대문이 뜯겨져 나갔고 자전거 타이어, 곰팡이 핀 침대 매트, 화면이 깨진 TV 등 생활쓰레기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구 한복판인 중구청 건너편인 국채보상로 142길 일대에서도 빈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60년대 지어진 집이 많다 보니 언제 무너질지 몰라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빈집 앞 대문에는 쓰레기가 장기간 방치돼 있고 골목 곳곳에 담배꽁초도 수북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창의적인 빈집 활용 노력이 눈물겹다. 이달 초 대구 중구 서내동 한 한옥.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대학생들이 하나둘 한옥으로 들어왔다. 이날은 계명대가 교양과목으로 개설한 '창업고수비법노트' 강의가 있는 날이다. 한옥 대청마루에 마련된 강의실에 학생 40여 명이 가득 찼다. 계명대는 달서구에 대학 캠퍼스가 있지만 교양과목은 2학기 동안 이곳에서 수업을 한다. 이곳은 대구시가 마련한 '도심 캠퍼스'다.
대구시에 따르면 10년 전 폐가였던 이 한옥은 한 사업가가 매입한 후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다 지난 3월 대구시가 매입해 캠퍼스 공간으로 꾸몄다. 대지면적 442㎡, 연면적 287㎡ 규모 3개동으로 구성된 이곳은 올해 13개 대학에서 2500여 명이 다녀갔다. 하나영 계명대 창업교육센터 직원은 "학생들 반응도 좋고 강사들 만족도도 높다"면서 "도심 캠퍼스가 새로운 명물이 됐다"고 말했다.
지역 대도시에서 늘어나는 빈집이 골칫거리가 되자 지자체들은 다양한 빈집 '재활용' 방안을 마련했다. 빈집이 마을호텔로 변신한 곳도 있다. 부산 동구가 추진하는 '유니크 동구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빈집을 ESG장난감호텔·펫팸호텔·치유호텔·래고하우스 등 4가지 테마의 마을호텔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로 도시재생기금, 지방소멸대응기금 등을 활용해 10억원을 마련했다.
도시 외곽이나 농어촌 시군은 도시민을 위한 세컨드 하우스 개념의 '빈집 임대사업'에도 적극적이다. 골칫거리 빈집을 정비하고 인구 유입 효과까지 거둘 수 있어서다. 전남 강진군은 지난해부터 빈집 임대사업(강진품애)을 시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진군이 무상으로 빈집을 빌리고 예산 5000만~7000만원을 들여 새로 단장한 뒤 외지인을 대상으로 보증금 100만원, 월 1만원에 임대하는 방식이다. 올해 1월 첫 입주를 시작해 현재까지 36가구, 109명이 전입했다.
강원 영월군 역시 빈집을 리모델링해 농촌 유학생이나 귀농·귀촌인에게 제공하는 빈집 새 단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민영 건축공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빈집 문제는 지방 도시가 직면한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이므로, 주택관리 차원을 넘어 지역 전체의 공간관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산 박동민·대구 우성덕 기자
[울산 서대현 기자 / 강원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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