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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투사·반란자·성자···지금 우리에 필요한 리더는?[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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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리더란 무엇인가(모식 템킨 지음, 어크로스 펴냄)

뛰어난 경제인서 공황으로 민심잃은 후버

뉴딜정책 주도해 투사로 부상한 루즈벨트

케네디·간디는 '보편적 리더십'으로 평가

위기 대응방식·공감능력 따라 리더상 달라

하버드 케네디스쿨 '역사 속 리더십' 강의

"체제 전복하려 했던 지도자 오래가지 못해"

서울경제



‘리더가 역사(시대)를 만드는가, 역사가 리더를 만드는가’

역사학자 모식 템킨이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인기 강의 ‘역사 속 리더들과 리더십’에서 항상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제각각 다른 답을 내놓지만 결국 수업을 진행하면서 하나의 전제를 공유하게 된다. 리더십은 한 가지 형태가 아니고 시대에 따라서 필요로 하는 리더십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동시에 어느 시대에는 무난하게 통하던 리더십이 다른 시대에는 뒤떨어진 리더십으로 판명될 수 있기에 역사적 맥락을 통찰하는 것은 리더십 연구에 있어서 기본이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템킨의 신간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어크로스 펴냄)’ 원제는 ‘투사’ ‘반란자’ ‘성자’ 등 세가지 유형을 차용한 ‘Warrior, Rebels and Saint’다. 실제로 책 속에서 저자는 리더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명하는데, 국내 출간 과정에서는 리더십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제목이 채택됐다. 지난 3일 비상 계엄 사태 이후 벌어진 탄핵 정국의 혼란스러움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이 어떤 것인가를 두고 출간 초기부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저자는 투사의 리더십을 설명하기 위해 촉망 받던 미국 대통령 허버트 후버가 어떻게 1929년 대공황 시기 최악의 리더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는지 설명한다. 이를 위해 정권을 잡은 뒤 무려 세 차례 연임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소개하고, 두 사람을 비교해 차이를 부각함으로써 허버트 후버의 추락한 리버십을 설명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처음 대통령직에 올랐을 당시 후버는 ‘인도주의적 기업가'로 평가받았다. 그는 애초에 경제인으로 분류되는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대공황이 벌어지자 민심을 잃고 ‘후버 공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의 입에 쉽게 오르내리면서 조롱 받는다. 한때 “자신감의 위기에서 대공황이 비롯됐다”고 주장하며 “저 모퉁이만 돌면 번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낙관적인 발언을 쏟아내던 그는 왜 갑자기 민심을 잃었을까. 그가 언급하는 위기의 진단과 해결방안이 대중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고 국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줬기 때문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대통령이 될 때까지만 해도 후버의 인지도 하락이 만들어낸 천우신조로 여겨졌다. 하지만 당선 이후 100일 간 속도감 있는 정책을 펴고 자신의 출신 배경인 미국 상류층 대신 남아프리카 출신 미국인 등 비주류 계층의 실질적인 요구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결국 그가 주도한 ‘뉴딜 정책’은 미국인들을 단결시키고 다시 희망을 안겨줌으로써 1960년대까지 이어진 끝없는 호황의 단초가 됐다. 루즈벨트는 대중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하지 않는 투사’라는 인식을 주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저자는 어떤 리더건 선을 넘지 않아야 오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루스벨트는 부유세를 확립해 엘리트, 상류층과 척을 졌지만 체제 자체를 전복하지는 않았다. 역사적으로 체제를 전복하려고 했던 포퓰리스트들은 당시 루이지애나주 상원의원이었던 휴이 롱처럼 큰 인기를 끌 수는 있지만 끝내 오래가지 못하고 몰락했다.

다만 독재 정권 아래에 있거나 국가의 생존 자체가 강대국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나라에서는 선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경우 한때 ‘미국 바나나 회사인 유나이티드프루트 컴퍼니의 최고경영자(CEO)가 낙점한 지도자가 대통령이 된다’고 여겨질 정도로 나라의 중대사를 실질적으로 미국이 결정했다. 미국에 잘 보이기만 하면 지도자들은 독재자가 되어도 상관 없었다. 32년 간 독재정치를 편 라파엘 트루히요가 대표적이다. 후안 보쉬라는 민주적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시기도 있었지만 그는 미국이 승인한 쿠데타로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미국에게 그는 공산주의자로 보일 뿐이었고 결국 미국의 시선에서 적절한 리더가 뒤를 이어 장기 집권했다. 결국 ‘선’은 체제 전복이 아니더라도 나라가 힘이 약할 때 정권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이라는 것도 해당된다.

그렇다면 모든 시대에 통하는 보편적인 리더십은 있을까. 그 답은 비전을 가진 성자형 리더에서 찾을 수 있다. 단 3년밖에 대통령으로 재임하지 못했지만 ‘뉴 프런티어’ 비전을 제시해 영원한 선구자로 남은 존 F.케네디와 인도의 영원한 상징이 된 간디가 그 사례다. 455쪽. 2만2000원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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