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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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을 수개월 전부터 모의 설계하고 계엄 실행에 북파공작원 특수부대(HID) 요원 등 특수임무요원까지 투입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을 받는 ‘계엄의 숨겨진 본진’격인 국군정보사령부는 올해 심각한 군 기강 해이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부대다. 부대원이 중국 정보요원(조선족)에게 군사기밀을 넘기는 바람에 오랜 기간 축적한 대북·해외 첩보망을 붕괴시켰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부하 여단장은 사태 해결에 매진하기는커녕 진흙탕 맞소송전을 벌여 해편 논의까지 진행됐다. 사건 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문 사령관의 직무배제가 추진되던 중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한 것을 계기로 거의 다 진행됐던 직무 배제 결정이 전면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 “정보사 혁신” 발표 나흘 뒤 김용현 지명
북파 공작 등 가장 은밀하고 위험한 임무를 담당하는 ‘음지의 부대’ 정보사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올해 7월이다. 국군방첩사령부가 블랙요원 명단을 유출한 혐의로 정보사 군무원 A 씨를 수사 중인 사실이 공개된 것.
8월엔 문 사령관과 박모 여단장이 맞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보사는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북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망 전멸 위기에도 부대 최고 지휘부는 상대방 난타전에 혈안이 돼 있었다.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8월 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가 “국민께 송구하다. 전반적인 정보사 혁신 등 후속 조치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나흘 뒤인 12일 돌연 외교안보 라인을 연쇄 교체했다.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했고 신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됐다. 당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인사는 김 후보자 지명을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기 위해 임명 10개월밖에 안 된 신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 7개월째였던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을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옮기는 연쇄 인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12·3 계엄 사태가 발생한 뒤엔 당시 윤 대통령이 계엄 실행을 위해 충암고 선배 김 전 장관을 국방 수장 자리에 앉히려는 무리한 인사를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 尹 김용현 지명 뒤 사령관 직무배제 돌연 중단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2.10. [서울=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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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라인 교체가 이뤄진 다음 날인 8월 13일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날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던 문 사령관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는 돌연 보류된다. 정보사를 해체 수준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도 흐지부지됐다. 정부 소식통은 “김 장관이 취임한 뒤엔 정보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한 번 보자’는 식의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5일 후반기 장군 인사에서도 교체가 당연시되던 문 사령관이 유임돼 그 배경에 김 장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장관과 문 사령관은 ‘계엄 비선 설계자’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매개로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수사기관 진술 등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올해 4월 10일 총선 이후부터 수차례 계엄 등 비상조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 전 장관이 정보사를 계엄 실행 핵심부대로 활용하기 위해 문 사령관에게 어떤 책임도 묻지 않는 식으로 그를 확실한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문 사령관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가 백지화된 이후 문 사령관이 김 전 장관을 위해 움직인 정황이 포착됐다. 10월 문 사령관은 정보사 김모 중앙심문단장(대령)에게 “HID 요원 5명가량을 소집해둘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문 사령관은 지시 배경으로 “김 장관님이 북한 오물풍선 문제로 힘들어 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사 정모 대령에게도 특수임무요원 소집을 지시했다. 이같은 내용은 김 단장이 최근 수사기관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물색해둔 요원들이 계엄 당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 건물에 모였던 이들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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