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60년 전, 18살 소녀가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옥살이를 하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남성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았는데, 형법 교과서에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사례로 실릴 만큼 유명한 '최말자 씨 사건' 입니다. 최 씨는 반세기가 지나서야, 재판을 다시 받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윤재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최말자씨가 성폭행범을 만난 건 60년 전인 1964년으로, 당시 18살이었습니다.

최씨는 저항했고 성폭행범의 혀를 깨물어 1.5㎝를 절단했습니다.

누가봐도 정당방위지만 최씨는 가해자보다 더 무거운 형벌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가해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6개월동안 구속수사를 받은 최씨에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최말자 / 재심 청구인 (2021년)
"그 18살이 첫날 조사를 받으러 가서 조사를 받고 구속이 바로 그날 됐어요.그 아픔을 생각하면 말을 다 못하겠죠."

최씨는 '미투운동'이 확산된 지난 2020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수사기관의 불법 감금과 협박에 못이겨 죄를 시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말자 / 재심 청구인 (2021년)
"여기서 합의까지 안하면 평생 감옥에 산다고 협박을 했죠."

1, 2심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최씨의 주장을 인정해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당시 최씨가 불법으로 체포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과거 유죄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최말자 / 재심 청구인
"앞으로 재심을 열어서 무죄가 나오고 정당방위가 되도록 여러분들 좀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꽃다운 나이에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씨의 한이 항소심 재판에서 풀릴지 주목됩니다.

TV조선 윤재민입니다.

윤재민 기자(yesj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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