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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예비역이 軍인사 '입김'…노상원-김용현 무슨 연이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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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3기수 차이…1989년 소령·대위로 만나 35년 인연

尹대통령 당선 이후 김용현 힘 얻자…노상원 활동도 늘어

뉴스1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2024.1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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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12·3 비상계엄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육사 38기)과 사전 모의한 혐의를 받는 인물 중에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육사 41기)이 포함됐다. 군에서 불명예 전역한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의 35년에 걸친 친분을 바탕으로 군 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 전 사령관은 1981년 육군사관학교 41기에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임관 초기엔 크게 주목을 받는 장교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인성이 좋지 못하다'라는 평가를 받는 등 동료 간부들과는 불화가 잦았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의 군생활은 김 전 장관과 만나면서 결정적인 변화의 순간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무렵 김 전 장관이 소령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경호하는 수도방위사령부 제55경비대대 작전과장을 맡을 당시 노 전 사령관은 55경비대대에서 대위로 근무했다. 지금부터 35년 전 이미 두 사람은 인연을 맺은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육사 38기의 대표주자로 소위 '잘나가는 군인'이었다. 그는 동기 중 유일하게 1차로 중장에 진급했고 수도방위사령관(2013~2015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2015~2017년)을 역임했다. 비록 대장 진급엔 실패했지만 군 생활 내내 주류에 속했고, 노 전 사령관은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2007~2008년 김 전 장관이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육사 28기)의 비서실장을 하던 시절 국가정보원 파견 근무를 하던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추천으로 비서실 산하 정책부서의 과장급으로 근무하게 됐다.

이후 노 전 사령관이 박근혜 정부 시절 경호실 군사관리관을 할 때, 경호실장은 박흥렬 전 총장이었고, 김 전 장관은 대통령 경호 업무와 밀접한 수방사령관을 맡았다. 이때도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이 가까이 지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군 소식통들은 "두 사람은 서로 성향이 맞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자기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던 김 전 장관은 각종 정보와 풍문을 수집해 보고하는 노 전 사령관의 업무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했다고 한다.

'정보 보고서를 잘 쓰는 친구'라는 평가를 받던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동기생 등 선배들에게도 자신의 정보를 적극 제공했고, 주변에서는 '윗사람을 모시는 재주가 탁월하다'라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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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내란 모의'를 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역술인으로 활동하면서 점집을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점집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비밀 회동한 롯데리아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사진은 20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 1층에 위치한 노 전 사령관이 함께 운영했던 곳으로 지목된 점집의 모습. 2024.12.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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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노 전 사령관에 대한 군내 평판은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육사(48기) 후배이자 김 전 장관의 '충암파' 라인으로 분류되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비상계엄 이전에 "노상원과 가까이 지내지 말라"라고 김 전 장관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의 군내 인연은 2017~18년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김 전 장관은 2017년 11월 전역했고,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10월 1일 국군의 날에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고 불명예 전역했다.

두 사람이 각각 민간인이 된 이후에도 친하게 지냈는 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2021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새로운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들어가 초대 대통령경호처장에 임명된 김 전 장관은 '국방상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군 인사를 좌우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특히 지난 9월 김 전 장관이 공식적으로 국방부의 수장이 된 이후 노 전 사령관은 '인사 민원이 있으면 얘기하라'라고 주변에 과시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최근 김 전 장관과 하루 한 차례 통화했고, 비상계엄 선포 사흘 전인 지난달 30일엔 서울 한남동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대면했다.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도 노 전 사령관은 현역 장성들에게 사실상 지시를 내렸다. 김 전 장관이 직접 노 전 사령관에게 연락하라고 하거나,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의 뜻"이라며 말을 전하는 식이였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햄버거집 회동에서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라고 하거나, 정보사 인사들에게 부정선거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파악됐다. 아울러,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와 별도로 방첩사 합동수사단 내에 편제에도 없는 제2수사단을 꾸려 김 전 장관과 계엄을 모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은 이번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기획한 혐의로 긴급 체포 및 구속된 상태다. 군생활 시작은 달랐지만 35년간의 질긴 인연 끝에 '내란 범죄자'라는 같은 결말을 맞을 것이란 얘기가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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