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24] 경찰·노동부 "총체적 부실에 의한 사고"
군납 검사용 시료 바꿔치기·무리한 제조공정 등 '화근'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독자제공)2024.6.24/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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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뉴스1) 유재규 기자 = 2024년 갑진년(甲辰年) 한 해도 경기지역 내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무려 사망자 23명으로 집계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의 충격은 아직 여전하다.
2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은 이 사건은 결국 '관리자의 안전의무 소홀'로 그 원인이 밝혀졌다. 올해 최악의 인재다.
숨진 근로자들 대부분 외국인노동자인데다 '사망자 보상금 문제' '추모공간' 등 사고 이후에도 유족들의 비난이 계속되는 등 논란이 계속됐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번 수사를 합동으로 진행하며 "이 사건은 총체적인 부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규명했다. 약 5개월 걸친 수사 끝에 송치된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화마(火魔)…안전소홀이 '원흉'
아리셀은 일차전지 군납을 실시할 때인 2021년부터 검사용 시료를 몰래 바꿔치기 하는 방식으로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여 검사 통과를 받아내온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12월부터 이같은 방법으로 지난 2월까지 총 47억원 상당 전지를 군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던 중 아리셀은 지난 4월분 납품을 위한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검사에서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아 납품이 중단되자 무리한 제조공정으로 기한을 맞추기 시작했다.
지난 1월11일 방위사업청과 34억원 상당 리튬전지 납품계약을 체결한 아리셀은 지난 2월까지 8만 3724개를 정상적으로 군에 밀어냈다.
그러다 4월분 8만3733개를 정상적으로 납품하지 못한 상황에 더해 6월분 6만 9280개를 추가로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때 4월분 납품분을 재생산하는 과정과 함께 6월분 납품일이 도래하게 되자 아리셀은 지난 5월 10일 일평균 생산량 2배 수준인 '하루 5000개 생산'을 목표를 설정, 작업량을 무리하게 늘렸다.
작업량이 많아짐에 아리셀은 인력업체인 한신다이아(메이셀의 전신)로부터 근로자 53명을 신규공급 받았는데 이들은 숙련되지 않은 인부들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불량품은 3~4월 평균 2.2%, 5월 3.3%, 6월 6.5% 등으로 점차 기록됐고 특히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불량(케이스 찌그러짐, 실구멍 등)도 나타났다.
문제를 직시하고도 아리셀은 케이스를 우레탄 망치로 억지로 결합하거나 핀홀로 재용접해 양품화 하는 등 생산을 강행했고 심지어 6월8일 이후부터는 발열전지도 납품 대상에 포함해 버렸다.
이번 화재의 큰 피해로 지목된 비상구 및 비상대피로에 대해서도 미흡한 점이 속속 밝혀졌다.
화재는 아리셀 공장 3동 내 2층에서 발생했는데 그곳에 3개의 출입문을 통과해야 비상구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는 피난 방향이 아닌, 발화부 방향으로 열리게 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같은 수사내용을 지난 8월23일 공개하며 "이번 사고는 총체적인 부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리셀 모회사 '에코넥스'의 박순관 대표가 25일 오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화재 사고 발생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6.2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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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원인 명확히 규명"…5개월 간 이뤄진 경찰·노동부 수사
이번 화재사고는 지난 6월24일 오전 10시31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해양산업단지 내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사고 이틀 만에 수사본부를 운영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박순관 아리셀 대표, 박중언 아리셀 총괄운영본부장 등 사고 책임자들을 출국금지 조처했다.
경찰은 노동부와 합동수사를 진행하며 박 대표(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 박 본부장(업무방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을 비롯해 총 20명을 형사입건 했다. 피의자 참고인 등 103명을 131차례 걸쳐 조사도 진행했다. 박 대표 등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현재 수원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압수수색도 수회 이뤄졌다. 아리셀 공장뿐만 아니라 아리셀의 모회사 에스코넥, 한신다이아, 메이셀 등과 사고 책임이 중한 관계자들의 자택까지 포함됐다.
사망자 23명의 신원확인도 사고발생 나흘 만으로 신속히 이뤄졌다. 이번 사고의 사망자는 한국인 5명(남성 3명·여성 2), 중국인 17명(남성 3명·여성 14명), 라오스인 1명(여성) 등이다.
유족의 장례 절차는 사고 이후 132일만에 모두 마무리됐다.
아리셀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난 4일 경기 화성시청에 로비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영정과 위패를 모신 뒤 묵념을 하고 있다. 2024.7.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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