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추신] 분위기 내려다 악!… ‘집에서 불멍’ 가장 완벽하게 하는 방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에탄올 화로 화재 40건
부천·대전 등 전국서 다수 인명 피해
‘감성’ ‘낭만’ 찾다 재산 피해 수억대
연소 중·제품 뜨거울 때 연료 주입 금지
물 아닌 전용 소화 도구… 긴 라이터 사용
밀폐 공간 유증기 폭발 위험… 환기 필수
안전기준 아직도 부재… 신속 제정해야


<편집자 주> ‘추가로 신문에 내주세요’를 줄인 ‘추신’은 편지의 끝에 꼭 하고 싶은 말을 쓰듯 주중 지면에 실리지 못했지만 할 말 있는 취재원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서울신문

한국소비자원의 에탄올 화로 전도시험. 넘어진 에탄올 화로에서 연료가 흘러내리면서 불이 빠르게 주변으로 퍼지고 있다. 소비자원과 소방청은 겨울철 실내 사용이 급증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에탄올 화로에 대한 소비자 안전 주의를 거듭 당부했다. 소방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

에탄올 화로. 소방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주면 벌써 크리스마스 시즌입니다. 춥다 보니 야외보다 편하게 실내에서 불꽃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이른바 ‘집에서 불멍’이 인기인데요. 아늑한 집에서 따듯한 불꽃을 바라보며 감성 돋는 분위기를 만끽하는 건 좋은데 사고 없이 마무리해야 더 완벽한 추억으로 남겠죠? 사소한 것 같지만 안 지키면 모두에게 악몽이 될 수 있는 실내 불멍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실내 불멍에 주로 사용되는 ‘에탄올 화로’는 에탄올을 연소시켜 발생하는 불꽃으로 주변 공간을 장식하는 제품입니다. 캠핑할 때 텐트 안에서도 많이들 사용합니다. 그러나 에탄올 화재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최근 국립소방연구원과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소비자원은 에탄올 화로의 실내 사용이 늘 것에 대비해 소비자 안전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신문

2022년 1월 10일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아파트 2층에서 에탄올 화로 취급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다치고 20여명이 대피했다. 소방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

2022년 1월 10일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아파트 2층에서 에탄올 화로 취급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7명(!명 화상, 6명 연기흡입)이 다치고 20여명이 대피했다. 소방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화로 넘어져 큰불… 30대女 화상·13명 대피
불멍 중 연료 넣다 펑… 7명 부상·20명 구조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과 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에탄올 화로로 27건이 화재가 발생해 9명이 다쳤습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화재 건수는 40건, 재산 피해는 수억원대에 이릅니다. 신고되지 않은 건들을 고려하면 크고 작은 화재 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실제 지난해 2월 경기 부천 소사구 송내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멍을 즐기려다 에탄올 화로가 넘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해 30대 여성 1명이 화상을 입고, 입주민 13명이 대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5층 아파트 건물의 2층에서 불이 났는데 거실에서 에탄올 화로대에 불을 켜 놓은 채 의도치 않게 화로대를 건드려 넘어진 게 화재 원인이었습니다. 불은 20분도 안 돼 진화됐지만 아파트 2층 내부 15㎡를 태우면서 소방서 추산 550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습니다.

서울신문

2023년 4월 21일 경기 부천 송내동의 아파트 2층에서 에탄올 화로가 넘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해 30대 여성 1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입주민 13명이 대피했다. 사고 당시 화로와 불탄 아파트 내부.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달 부천 내동의 19층짜리 아파트 1층에서도 입주민이 거실에서 불멍을 하려고 화로대에 에탄올을 보충하고 라이터를 켜는 순간 화염이 치솟으며 불이 삽시간에 번졌습니다. 불이 베란다 창문으로 분출, 확산하면서 주민 8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16명은 구조됐고 61명은 자력 대피했습니다. 이 불로 아파트 내부와 집기류 등 81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죠.

두 화재 모두 늦은 밤 시간대, 다가구가 모여 사는 아파트에서 발생해 자칫 신고가 늦어졌더라면 불멍하려다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습니다.

서울신문

추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2년 1월에는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아파트에서 에탄올 화로에서 불이 나 7명이 다치고 20여명이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에탄올 화로로 불멍 중에 연료인 알코올을 주입하려다 불이 옮겨붙으며 화재로 이어진 것이었죠.

호주의 경우 2010년 이후 12년간 113건 이상의 에탄올 화로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36건의 주택 화재와 105건의 상해 사고 등 인명피해가 발생해 2017년 10월 안전기준(무게 8㎏ 이상, 바닥접촉면적 900㎠ 이상)이 제정·운용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법적으로 에탄올 화로 안전기준이 없습니다.

서울신문

2023년 2월 23일 경기 부천 내동 19층짜리 아파트 1층에서 에탄올 화로 화재가 발생해 8명이 연기 흡입으로 병원으로 후송되고 61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 불로 81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밝은 곳서 사용 시 불꽃 안 보여
잔불 제거 후 연료 주입해야
화로 주변 커튼·옷 등 가연물 치우기
평평한 곳에 놓기… 연료 누출 구조 확인


에탄올 화로는 밝은 곳에서 사용하면 불꽃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사용자가 불꽃이 없는 것으로 생각해 연료를 보충하다가 폭발 또는 화재가 발생하거나 화상을 입는 경우가 잦습니다. 사용 중이던 화로가 넘어지면서 유출된 연료에 불이 옮겨붙어 큰 화재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습니다. 밀폐된 실내나 화로 내 유증기 농도가 증가한 상태에서 불을 붙이면 폭발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에탄올 화로를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우선 에탄올 화로를 평평한 곳에서 사용해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연소 중이거나 뜨거울 땐 연료를 보충하지 말고, 추가 연료 주입 전 소화 도구를 이용해 잔불을 제거해야 화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에탄올 외에 다른 연료를 사용해서도 안 됩니다.

서울신문

한국소비자원의 다양한 에탄올 화로 제품에 대한 전도시험. 화로고 옆으로 넘어지자 에탄올 연료가 흘러내리면서 불길이 번지고 있다. 소방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

에탄올 화로 연소 중 연료 주입 사례. 불길이 갑자기 확 커지고 있다. 소방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불이 났을 땐 물이 아닌 전용 소화 도구를 사용해야 합니다. 물을 이용하면 불길이 번질 위험이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환기를 하고 밀폐된 장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품 사용 전에도 화로 근처에 커튼, 옷 등 불에 타기 쉬운 물품을 화로에서 멀리 두고 소화기는 가까이 둬야 합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제품을 사용하면 화재나 폭발이 일어날 수 있으니 반드시 제품 사용 전 설명서를 숙지해야겠습니다.

서울신문

에탄올 화로 제품에 따른 소화도구 사진. 소방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화로에 점화할 때는 길이가 긴 라이터를 사용해야 합니다. 작은 크기의 라이터는 사용하다가 불꽃에 의해 화상을 입거나 옷에 불이 붙을 수도 있습니다.

연료컵 내의 솜 여부 또는 연료컵이 넘어졌을 때 에탄올이 누출되지 않는 구조인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솜이 없거나 에탄올이 누출되는 구조의 경우 넘어지면서 에탄올이 흘러 불이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소 중이거나 직후에는 제품 표면의 온도가 높아 화상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소화 이후에도 충분히 식기 전에는 제품을 만지지 않아야 합니다. 소비자원 등 3개 기관은 에탄올 화로의 안전 사용 수칙을 담은 홍보 포스터를 제작해 소비자단체와 판매처에 배포했습니다.

서울신문

에탄올 화로 안전하게 즐기려면? - 에탄올 화로 안전사고 예방 수칙. 소방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화로 표면 최고온도 최대 293도
화상 위험 매우 커… 안전 기준 시급


앞서 소비자원이 2022년 시중에서 판매하는 장식용 에탄올 화로(DIY·소비자 직접 조립 제품 포함) 7종에 대해 규격·표시사항과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한 결과, 3개 제품에서 표면 최고온도가 293도까지 올라갔고 불꽃의 직접 영향을 받는 상부 평균온도가 175.5도에 달해 화상 위험이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소용량 에탄올 연료(1ℓ 이하) 12개 제품에 대한 소방연구원 분석 의뢰 조사 결과, ‘위험물안전관리법’(시행규칙 제50조) 상 ‘위험물’로 분류되는 에탄올 연료는 운반용기에 위험물의 품명, 위험등급, 화학명, 수량, ‘화기엄금’ 등을 표시해야 함에도 조사대상 제품 모두가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조사대상 전체 제품이 에탄올 함량 95%의 고(高)인화성 물질로 나타났습니다. 에탄올 함량 95% 이상 에탄올 연료는 13.5도 이상이 되면 주변 불씨에 의해 불이 붙기 시작하며 78도부터는 액체 연료가 기체(유증기)로 변해 화로 주변에 연료를 방치하면 화재 또는 폭발 사고 위험이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신문

에탄올 화로 자료사진. 123RF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에탄올 안전기준 규정이 없습니다. 한창 진행형이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표원은 올해 2월 에탄올 화로 안전기준 제정안 마련을 위해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제정안에는 전용 점화장치와 전용 연료 주입 장치 사용, 전도 방지 기준, 전도 시 연료 누설량 제한, 제품 표면 재질에 따른 온도 제한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제조 기업 등의 준비기간을 감안해 제정이 되더라도 최종 고시일로부터 1년 뒤에 시행될 예정입니다. 그만큼 제품 제작에 있어서 안전 사각 지대가 여전하다는 얘기겠죠. 신속한 제정과 시행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지금도 네이버 등 온라인 포털 쇼핑몰에서는 집에서 편하게 불멍하라며 ‘가정용 불멍 화로, 불멍 난로, 불멍 기계, 실내 불멍, 감성 캠핑 불멍, 불멍 에탄올 무드등, 에탄올 벽난로’ 등 온갖 종류의 에탄올 화로 제품 광고가 쏟아집니다. 에탄올 화로의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해 낭만적인 분위기도 내면서 안전하고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셨으면 합니다.

서울신문

에탄올 화로 자료사진. 123RF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종 강주리 기자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