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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내년 놓치면 기회 없다"…2025년이 기후 골든타임인 이유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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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2025년 기후 골든타임 <1> 한국에 2025년이 중요한 이유

[편집자주] '2025년을 놓치면 어렵다'.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2025년이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030년과 2050년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를 좌우할 입법·정책 결정이 몰린 해여서다. 기후변화 대응이 최근 몇년새 주요국 산업정책의 핵심이 된 만큼 '기후변화 부정론자'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초래될 수 있는 미국의 기후리더십 공백이 산업 분야에서 어떤 변화를 초래할 지도 한국에 중요한 변수다. 2025년이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왜 중요한 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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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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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이 한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이란 진단이 나온다. 한국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최상위법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 내년 중 진행돼야 하고, 2035년 국가 탄소배출 감축 목표(NDC) 역시 내년 중 설정돼서다.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인 배출권거래제가 2026부터 2030년간 어떻게 운영될 지도 2025년 확정된다. 내년이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놓쳐서 안 되는 시기인 이유를 이 세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1. 국회로 넘어온 공, 시한은 2026년 2월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국회가 2026년 2월까지 마쳐야 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다. 이 법 중 헌법에 맞지 않는 조항이 2026년 2월까지만 유효하다는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이 법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한다'와 '2050년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고만 하고, 2031~2049년의 정량적 감축 목표는 명시하지 않은 게 청구인인 미래세대의 기본권(환경권)을 침해한 거라 봤다.

2050년 배출량을 '0'으로 둔 단순한 선형 감축안을 거론하는 측도 있지만, 한국의 국제적인 위치와 주요국이 수행하는 탄소 감축 경로 설정 방식을 고려하면 더 정교한 방안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 204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수준을 1990년 대비 90%로 하겠다는 새 목표를 발표했는데, 이는 EU 기후변화 과학자문위원회가 '규범적으로 줄여야 하는 양'과 '기술적으로 줄일 수 있는 양'의 시나리오 수천 개의 교집합으로 찾은 수치다. 국회가 전문가 그룹 등의 자문,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을 토대로 공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란 의미다.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 낸 플랜1.5의 윤세종 기후헌법소원 공동대리인단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제기준과 과학적 사실에 맞춰 대한민국이 마땅히 져야 할 몫을 탄소중립기본법에 반영하라는 게 헌재의 판결인데, 이 '마땅한 몫' 산출엔 과학적 계산이 필요하다"며 "전체 지구에서 감축해야 할 탄소배출량 중 한국의 배출량, 경제 수준 등의 분석 없는 목표 설정은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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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기본법 주요 조항/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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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제사회, 내년 2035년 NDC 제출

더불어 2025년은 한국을 포함한 198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이 2035년 국가 탄소배출 감축목표(NDC)를 유엔에 제출하는 해다.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들은 5년마다 '상향'한 목표를 설정한다. 내년 2월까지, 늦어도 내년 말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30)까지 제출이 이뤄진다.

이미 내년 COP 의장국 브라질, 영국, 아랍에미리트가 2035년 NDC를 발표했다. 특히 영국은 2035년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81%로 2030년 NDC(1990년 대비 68% 감축) 보다 올려 잡아 국제사회의 이목을 모았다. NDC 발표로 내년엔 기후가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 정부 NDC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간 COP29과 달리 COP30은 '큰 장'이 될 것"이라 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2~13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한국을 포함한 98개국과 12개 국제기관이 출석해 열린 '기후 청문회' 결과가 내년 초께 정부의 책임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온다면,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기후 책임'을 강화하는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 ICJ의 의견은 강제성은 없지만 전세계 2000건 이상의 기후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네이처는 이 청문회를 '게임체인저'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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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원 별 배출량/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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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26~2030년 배출권거래제 세부계획, 내년 중 확정

정부가 2026년부터 5년간의 배출권거래제를 어떻게 운영할 지를 정하는 시기 역시 내년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한 뒤, 할당량 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시장에 팔고, 더 많이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도록 해 민간의 자발적 탄소감축을 유인하는 제도다. 한국 정부는 2015년 채택했다. 현재 685개 기업이 적용 대상으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73.5%를 커버한다. 이 제도가 목적에 부합하게 운영되면 높은 커버리지를 감안할 때 강력한 감축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배출량 대비 많은 할당량, 배출권의 낮은 가격 등으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배출권거래제 계획은 5년 단위로 수립되는데, 정부가 2026부터 2030년까지 이 제도를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큰 틀(기본계획)을 올해 말 내놓은 뒤 각 기업들에게 할당되는 배출권 수량 등을 담은 '할당계획'을 내년 6월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공짜'로 주어지는 배출권이 대부분(90%)이었는데, 이 '공짜 배출권' 비중이 얼마나 줄어드느냐가 관건이다. 할당계획은 2030년까지 5년간 고정돼 적용되므로, 이 계획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2030년 NDC 달성 가능성과 직결된다.

유승직 숙명여자대학교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내년은 2030년·2050년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내년을 놓치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회를 다시 갖는 게 불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유 교수는 "경제주체가 장기적 투자 결정과 탄소저감을 위한 기술 채택 등을 할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 등을 통해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며 "기후 문제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인만큼 적극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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