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인×날飛] 삼한사온과 겨울 하늘
2024년 12월 20일 밤부터 21일 오전 사이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왔습니다. 그리고 22일 새벽부터 기온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날씨가 푸근해졌다가, 눈이 오고,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겨울철 전형적인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2024년 12월 21일 오후 3시경 우리나라 주변의 위성사진. 서해안의 구름 모양으로 볼 때 한기가 내려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기상위성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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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런 패턴이 시작된 날이 2024년 11월 27일입니다. 이때 영남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우리나라 계절을 가을에서 겨울로 바꿔버린 눈이었습니다. 이 눈은 아름다운 설경도 남겼지만 항공기 지연과 결항이 속출하면서 승객들에게는 적잖은 불편과 피해를 남겼습니다.
●눈 오고 춥고 눈 오고 춥고
눈이 오고 나면 왜 추워질까요. 눈이 오기 직전까지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찬 공기가 파고들면 대기가 불안해지면서 눈구름이 만들어집니다. 20~21일 눈의 경우는 이렇습니다. 서울의 경우 12월 중순(11~20일) 평균 낮최고기온은 4.5도였습니다. 평년 평균값(3.7도)보다 0.8도나 높은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서울의 2024년 12월 중순 낮최고기온 분포. 평년보다 높은 날이 대부분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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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0일 밤쯤부터 우리나라 주변의 기압 배치가 바뀝니다. 그동안 북쪽 찬 저기압의 한기 남하를 막아주던 중국 셴양지방 저기압이 북한 동해 쪽 저기압과 합쳐지면서 서해안으로 강한 한기가 곧바로 내려올 수 있는 통로가 열립니다. 그리고 이 통로를 따라 남하한 한기가 서해를 통과한 뒤 우리나라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전국에 눈을 뿌렸습니다.
20일과 21일 우리나라 주변의 일기도. 북쪽 한기를 막아주던 저기압(왼쪽)이 사라지고 한기가 강하게 남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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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지나가고 나면 눈구름을 만들어 뿌렸던 차가운 공기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됩니다. 눈구름을 발달시켰던,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는 다 써버렸다는 의미입니다. 맨 처음 보여드렸던 사진에서 서해안의 ‘빗자루로 쓴 듯한’ 구름 모양은 우리나라에 한기가 남하할 때 보이는 전형적인 구름의 모양입니다. 여기에 동해에 있는 저기압이 한기를 끌어내리는 데 힘을 보태기 때문에 바람도 강하게 불 수 있습니다. 또 아직 따뜻한 기운이 남아있는 남부지방 서해안가에는 추가로 눈이 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비행기에도 혹독한 겨울
이렇게 눈이 오는 겨울 날씨가 되면 우리나라 하늘의 날씨도 함께 혹독해집니다. 매우 강한 강풍이 수시로 불어 비행기가 난기류(터뷸런스)에 휘말리기도 쉽고, 비행기 표면에 얼음이 얼어붙어 항공기 운항 안전에 안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눈구름이 지나간 직후인 21일 오후 2시 우리나라 상공의 항공 특이기상 예보를 보면 한반도 거의 전 지역이 강풍 위험지역으로 덮여 있고, 남부 일부 지역을 제외한 많은 지역이 결빙 예상 지역으로 발표된 점을 알 수 있습니다.
21일 오후 6시 기준 우리나라 상공에 발표된 항공위험기상예보(Significant Weather·SIGWX). 한반도 상공 전체가 특이기상으로 덮여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항공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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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있습니다. 겨울철 우리나라 높은 하늘에는 제트기류가 상시 붑니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저위도 지방의 온도 차이로 인해 고도 10km 이상의 하늘에서 상시 부는 시속 100~200km 이상의 강한 바람입니다. 문제는 겨울철 이 제트기류가 우리나라 상공 근처를 남북으로 오락가락하면서 머문다는 점입니다. 이런 제트기류 근처에서는 난기류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만큼 비행기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21일 오전 우리나라 상공 12km 위에서 흐르는 제트기류. 바람 빠르기는 파란색이 최대 시속 185km, 초록색은 최대 시속 280km입니다. 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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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남북 방향으로 비행기가 오갈 일이 많은 우리나라 상공에 동서 방향 바람이 불기 때문에 비행기가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고 가지 못하고 서쪽으로 기수를 살짝 튼 채로 날아가야 합니다. 똑바로 날아갈 때보다 연료 소모가 조금이나마 더 심해지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파란만장할 경우 특히 제주공항의 날씨 역시 매우 험악해지는데, 강한 돌풍이 상시 불고, 심하면 급변풍(윈드시어) 특보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21일에도 제주공항에는 최고 시속 65km 정도의 돌풍이 상시 불었습니다.
21일 공항에 발효된 날씨 경보. 인천, 제주 등 서해안가 공항을 중심으로 강풍·급변풍 경보가 내려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항공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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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겨울철 하늘의 날씨도 비해익가 일단 떠오른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11월 27일처럼 예상보다 훨씬 많은 눈이 오래 내릴 경우 공항 자체가 마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27일에도 10시간 이상 이륙을 기다리다 비행이 취소되어 발길을 돌린 승객들의 사연이 SNS에 쏟아졌습니다. ‘날飛’에서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서도 곧 다뤄보겠습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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