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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단독] ‘사조직 집결’ 들통날라…정보사, 계엄 날 비상소집 20분만에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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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복수의 군 관계자에게 취재한 내용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제보 내용을 종합해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 국군정보사령부 예하 100여단에서 일어난 일을 재구성했다. 당시 100여단에는 민간인 신분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현역 장군과 영관급 장교들이 모여 있었다.





한겨레

12·3 내란 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사전모의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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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5시간 전인 3일 오후 5시30분. 구삼회 육군 제2기갑여단장(준장)이 휴가를 내고 근무지인 경기 파주시를 떠나 성남시 판교 100여단에 도착했다. 구 여단장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내란을 기획하며 꾸린 사조직(수사2단)의 ‘단장’으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그가 지휘하는 제2기갑여단은 1979년 12·12 군사반란 때 서울 도심에 탱크를 몰고 들어왔다.



100여단 회의실로 향하는 구 여단장 손에는 수첩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는 3시간 전, 경기 안산시 상록구 롯데리아에서 노 전 사령관, 사조직의 또 다른 후원자인 김용군 전 수사본부장(예비역 대령)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구 여단장은 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적었다.



‘단장’에 이어 ‘부단장’도 100여단에 도착했다. 이날 오후 반일 휴가를 낸 방정환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준장)이다. 구 여단장과 방 차장은 이날 나란히 휴가를 내고 파주 제2기갑여단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출발했다. 구 여단장이 휴가원을 낸 건 하루 전인 2일이었지만, 이 사실을 직속상관인 1군단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100여단 회의실에 도착했을 때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정보사 심문단장 김봉규 대령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6시였다.



이후 정보사 산하 북파공작원부대(HID) 요원 등 38명이 옆 회의실에 모였다. 정보사 소속 김봉규·정성욱 대령이 육사 후배인 김아무개 중령 등을 시켜 몇주 전 뽑아놓은 인원이었다. 선발 당시 몸이 건장하고, 호남 출신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밤 10시28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 시각 경기 과천시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부근에서 대기하던 정보사 요원들이 선관위 서버를 탈취하려고 선관위 전산실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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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사조직을 활용한 내란 준비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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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19분, 국방부는 김용현 장관 지시로 전 직원 비상소집령을 내렸다. 비슷한 시각, 정보사에서도 비상소집 명령이 떨어졌다. 당시 100여단장(직무대리) ㄱ 대령을 비롯해 ‘노상원 사조직’에 속하지 않은 여단 간부들은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비상소집 장소인 대회의실로 향했으나, 회의실 앞에서 상급부대(정보사) 소속인 김봉규 대령에게 제지당했다. 김 대령은 여단장 직무대리인 ㄱ 대령을 대회의실이 아닌 지휘통제실로 가게 했다. 부대 간부들에게 비상소집 장소로 통보한 회의실에 부대 지휘관이 들어가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비상계엄 상황에서 원소속부대인 2기갑여단과 국방부로 속히 복귀해야 할 구 여단장과 방 차장이 100여단에 모여 있는 게 다른 사람들 눈에 띄면 ‘사조직’의 정체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조처였다.



상황이 꼬이자 문상호 사령관은 비상소집 발령 20분이 지난 밤 11시40분쯤 소집 해제 명령을 내렸다. 국방부가 전 직원 비상소집을 해제한 시점은 다음날인 4일 새벽 3시47분이다. 긴박한 비상계엄 상황에서 정보사가 국방부보다 4시간이나 일찍 비상소집을 해제해버린 것이다. 판교 100여단에 몰래 모인 비선 사조직이 100여단 간부들에게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4일 새벽 1시1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의원 190명의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해제 결의안 가결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라고 선언했다. 얼마 뒤 노 전 사령관은 파주로 복귀하지 않고 판교 100여단에서 지시를 기다리던 구 여단장에게 전화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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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기자 yes@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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