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시작과 함께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하는 지주·은행과 달리 주요 증권사는 내년 7월까지만 당국에 보고하면 되지만, 대형 금융사고로 내부통제의 허점을 드러낸 신한투자증권은 신한지주 일정에 맞춰 책무구조도 도입을 5개월가량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실무에 반영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사옥. / 신한투자증권 |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1월 그룹 차원의 책무구조도 운영 시스템 구축이 끝나면 다음 달인 2월부터 곧장 해당 시스템을 업무에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5월 임원책무기술서와 책무체계도를 마련했고, 8월에는 부서장 내부통제 업무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한 바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에서 횡령·배임·불완전판매 등의 금융사고가 터지면 업무 연관성에 따라 그 책임을 최고경영자(CEO)에게까지 묻는 제도다. CEO를 비롯해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최고고객책임자(CCO) 등 C-레벨 임원 모두 책무 지정 대상에 포함된다. 금융사고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올해 7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금융지주와 은행은 2025년 1월 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증권사 제출 기한은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자산총액 5조원, 운용자산 20조원 이상 증권사는 내년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내야 한다. 나머지 증권사는 2026년 7월까지만 제출하면 된다.
신한투자증권의 책무구조도 제출 기한은 내년 7월이다. 그러나 이 증권사는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LP)의 장내 선물 매매 과정에서 13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내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받았다. LP는 ETF나 주식워런트증권(ELW) 종목에 매수·매도 호가를 지속해서 제시해 안정적인 가격 형성을 유도하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를 하다가 대규모 손실까지 낸 것이다.
이 사고로 임기가 1년 남은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조기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신한금융은 이달 5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어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부문 대표(부사장)를 후임 사장으로 추천했다.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신한투자증권은 이선훈 부사장이 사장 자리를 넘겨받는 내년 초에 곧장 책무구조도를 업무에 적용해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드러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에 대한 감독·검사를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나머지 주요 증권사도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외부 컨설팅 업체를 선정해 책무구조도 도입에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내년 1월쯤 초안이 나오면, 후속 작업에 관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4월 책무구조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외부 법률사무소와 함께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KB증권 역시 관련 TF를 구성하고, 컨설팅 파트너로 딜로이트 안진을 선정했다.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 등도 내년 7월 전 책무구조도 도입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실시 중이라고 했다. 다만 이들 증권사는 구체적인 적용 시기에 대해서는 미정이라고 답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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