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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기고]비자 면제로 한국 관광객 부르는 중국, 반간첩법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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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중국이 최근 비자 면제 대상국을 늘리면서 외국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반간첩법을 강화해 관광객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상징인 베이징의 천안문(톈안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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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극단적 봉쇄의 후유증으로 내수 경기가 얼어 붙자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해외 여행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여 중국내 소비를 살려 보려는 걸로 보인다.

지난 달 초 중국은 예고 없이 한국인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일본도 비자 면제 대상국에 포함시켰다. 2025년 말까지 한시적인 조치이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제주도 제외)과 일본이 여전히 중국인에게 입국 비자를 요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일이다.

그 동안 중국은 자국 입국 때 작성하는 비자신청서에 방문자의 신상과 직업, 연락처, 가족관계 등을 낱낱이 기입하도록 했다. 중국 한번 가려면 개인 정보가 모두 탈탈 털린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그랬던 비자를 별안간 면제해주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번 달에 중국 국가이민국은 자국을 '경유하는' 해외 여행객에 대해서도 비자 면제 기간을 10일로 늘렸다. 기존의 6일에서 4일 더 연장한 것이다. 경유하는 여행자의 체류 가능 지역도 대폭 확대했다. 중국의 웬만한 관광지는 대부분 갈 수 있도록 했다. 대상은 중국의 입국 비자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 20개국을 포함해 모두 54개국이다. 여기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도 해당된다.

외교적으로 중국과 껄끄러운 나라들에까지 여행 조건을 완화해 준 것이다. 특히 미국과 영국 등은 중국인 입국자에 대해 엄격한 비자를 요구하는 나라들이다.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그걸 내려놓은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보면 그 원인이 짐작이 간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378만여 명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3188만여 명과 비교해 43%로 반토막도 안 된다.

올해 2024년에는 2019년의 80%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증권보 6월 26일자, 중국관광연구원 자료 인용 보도) 그렇다 해도 여전히 2019년 대비 20%나 감소한 규모다. 다른 나라들이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은 많이 뒤처져 있다. 가뜩이나 중국 경제의 회복도 느리다.

파격적인 비자 면제 조치는 이런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내년 2025년에는 외국 관광객을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 할 것이다.

해외 관광객 유치의 주요 타깃은 한국과 일본이다. 특히 한국은 중국 방문객 수에서 압도적인 전세계 1위 국가다. 중국 국가통계국 사이트를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중국 입국자의 국가별 순위를 알 수 있다. 1위 한국 419만 명→ 2위 일본 269만 명→ 3위 미국 248만 명→ 4위 러시아 241만 명→ 5위 몽골 149만 명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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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중 한국인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8년에는 419만여 명, 2016년에는 477만여 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방문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 관광지인 이화원(이허위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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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지역의 독일은 64만 명, 영국은 60만 명, 프랑스는 49만 명 정도다. 한국은 유럽의 선진 각국보다 6~7배나 많은 관광객을 중국에 보냈다. (중국 국가통계국 사이트에 2019년 국가별 자료는 기재돼 있지 않음)

더구나 이 수치가 2018년에 집계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중국은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대해 강압적인 보복을 가했다. 한국에는 관광조차 가지 못하게 사실상 막았다.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다. K-pop과 K-드라마의 중국 진출도 금지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한국은 중국 방문자 수 세계 1위 기록을 유지했다.

물론 사드 보복 이전에는 더 많았다. 2016년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수는 477만 5300여 명이었다. 같은 해 중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258만 9900여 명이다. 단순 비교로도 한국이 일본보다 2배 정도 많았다.

여기다 일본 인구가 우리보다 2.5배나 많은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일본보다 4배 이상 더 많이 중국을 방문한 나라가 된다.

지금은 어떤가. 올해 2024년 들어 지난 10월까지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186만여 명이다. 전년 대비 130% 늘어났다. 여기다 중국이 비자 면제라는 유인책도 내놨다. 팬데믹 기간에 잠시 멈췄던 한국인의 중국 관광 붐이 다시 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내년에 한국 관광객이 다시 400만 명 수준으로 급증하기를 기다릴 것이다.

반대로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도 다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 보복 때 정치적 이유로 한국 단체 관광을 금지한 나라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이 늘어나면 다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트럼프 2.0 시대에는 중국의 정치적 리스크는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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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현재 중국을 여행 경보 1단계인 '여행 유의'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은 이보다 높은 2단계인 '주의 강화'로 지정하고 있다. 중국은 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화된 반간첩법의 시행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대표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 소속 여객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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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 중국 방문 계획을 세운 사람들은 은근히 걱정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시기에 갑자기 국경을 봉쇄한 적이 있고, 지난해부터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강화된 반간첩법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외교부는 중국 본토를 '여행 유의' 국가로 지정하고 있다. '여행 유의'는 4단계로 된 여행 경보 가운데 가장 낮은 1 단계다. 중국 서부 내륙의 티베트 및 신장 위구르 지역에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별도로 발령했다. 긴급 용무가 아니라면 이 곳은 가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의 반간첩법 시행도 우리 외교부가 우려하는 사안이다. 베이징에 있는 주중 한국 대사관은 지난해부터 반간첩법 관련 안전 공지를 홈페이지에 계속 올리고 있다.

반간첩법은 중국의 기밀 정보 및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 등을 간첩 행위에 추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간첩 행위의 범위가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 것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지난달 1일자 주중 한국 대사관의 '반간첩법 관련 안전 공지 4보'에 따르면, "중국 보안기관은 간첩 행위 혐의자의 문서·데이터·자료·물품을 열람 및 수거할 권한"을 갖고 있다. 아울러, "간첩 행위 혐의자의 신체·물품·장소를 검사"할 수 있다.

또 "간첩 행위를 했지만 간첩죄가 성립되지 않았을 경우에도 구류 처분"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간첩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외국인은 언제든지 압수수색 뿐 아니라 구금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주중 한국 대사관은 특히 "중국의 국가 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예를 들면, 지도·사진·통계·자료 등)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저장하는 행위를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 공지대로라면 중국에서 사진 한 장 잘못 찍었다가 붙잡힐 수도 있다. '국가 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이라는 조건이 매우 폭넓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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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미국은 중국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한 단계 높은 여행 경보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 전역을 여행경보 4단계 가운데 2단계 (level 2, 주의 강화) 로 지정하고 있다. 표현도 포괄적이고 직설적이다.

예컨대, 국무부 홈페이지에 중국은 외국 시민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없이 자의적으로 국내법을 시행한다고 공지돼 있다. 여기에 출국 금지도 포함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중국을 여행하는 미국인이 미국의 영사 서비스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혐의 때문인지도 모른 채 구금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 동안 중국 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외국인을 심문 및 구금해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여기에는 사업가, 전직 공무원, 학자, 언론인 등이 포함돼 있으며, 단지 이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여 놓았다.

반간첩법의 시행과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중국 당국이 외국인을 간첩 혐의로 구금하고 기소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중국은 문서와 데이터, 통계 또는 자료를 폭넓게 국가 기밀로 간주하고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특히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자료에 접근한 경우에도 구금 또는 기소를 당할 수 있다는 경고를 빼놓지 않았다.

미국도 중국의 반간첩법 때문에 방문객의 안전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7월 강화된 반간첩법을 발효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지난 7월에는 구체적인 집행 규정까지 시행하고 있다. 외국의 우려에도 계획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지금 중국은 한편으로는 입국 비자 규정을 완화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서면서, 다른 편에서는 외국 간첩을 잡겠다며 강력한 법을 시행하고 있다. 상충되는 듯한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닌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때 중국 공산당은 종종 방역을 이유로 극단적인 이동 금지와 봉쇄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곳곳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공장에서 제품을 가득 싣고 출발한 트럭이 목적지인 다른 도시의 입구에서 차단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봉쇄'가 승리하고 경제는 멈춘 것이다.

반간첩법의 강력한 집행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 둘 중 어느 것이 더 우선일까. 중국의 관료들은 경험을 통해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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