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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불들고 나아가" 탄핵 정국 속…목 찢어진 현빈에 맘 찢어진 한국 [현빈? '하얼빈'!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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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하얼빈'이 관객을, 국민을, 한국을 울린다.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는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다.

'늙은 늑대' 처단을 목표로 하는 독립투사 안중근, 이창섭,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에 최재형까지.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다는 이유 하나로 그 어떤 일도 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역사가 곧 스포일러다.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교과서에서도, 책에서도 느낄 수 없던 감정이 '하얼빈'을 통해 다시 생겨난다는 점에서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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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1908년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독립군과 일본군의 치열하고 처절한 전투부터 시작된다. 전투는 통쾌함, 시원함이 전혀 없다. 오히려 눈을 감고 싶게 만들 정도로 잔혹하고 처절하다. 모두가 눈이 돌아서 싸우는 모습이 뇌리에 깊숙히 박힌다.

우민호 감독은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일본군이 전리품처럼 적군의 목을 잘랐다고 하더라"라며 관객 모두가 기억할 강렬한 장면을 언급했다.

이어 "전투신을 찍는데 50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 원래 눈 배경이 아니었는데 이걸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산을 봤을 때 우리 국토가 이렇게 아름답구나 느꼈다"며 당시를 회상한 우 감독은 "그런데 이 아름다운 걸 일제강점기에는 뺏겼었다. 국권도 뺏기고 땅과 아름다운 자연도 뺏긴 거다. 그 액션을 통쾌하게 찍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액션 스타일이 통쾌하게했던데 이건 처절해야했다. 전쟁은 비극이다"라며 전투 연출에 대해 설명했다.

우민호 감독은 "누군가가 거대한 폭력으로 다른 나라 침탈하는 것, 폭력과 전쟁이 되는 건 정말 비참한 일이다. 거기 살고 있는 사람도 죽지만, 나무도 꽃도 벌레도 함께 죽는다. 그러니 이걸 통쾌하게 찍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덧붙였다.

그 하지만 신아산 전투 이후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로 잡았던 일본인들을 풀어주고, 그게 처참한 결과로 이어지자 안중근과 독립군 사이에 균열이 시작된다. 하지만 균열 속에서도 나라를 되찾겠다는, 꿈틀하기 위해 각오를 다지는 지렁이들의 마음은 모두 같다.

'하얼빈'을 향한 여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영화에는 색감이라고는 없다. 밝은 기운도 없다. 그 작은 웃음 요소도 없다. 하지만 이것이 '하얼빈'을 봐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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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과 이동욱 등 '꽃미남 배우'들의 비주얼 또한 강조되지 않는다. 오히려 철저히 이들을 관찰하는 '목격자'의 시점으로 카메라 앵글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도 어색한 방식으로 풀어진다.

특히나 더 부각되는 인물이 없기에 당시 독립군들이 후손에게 이름보다 나라를 남기고 싶었던 마음이 더욱 이해되기도 한다. '하얼빈'은 독립군 모두가 주인공이다. 우민호 감독 또한 "영화에 보통 단독 클로즈업 많이 찍는데 전 그러고 싶지 않았다. 동지애를 나타내기 위해 그룹샷이 많았다. 명화 한 장면처럼 같이 있다는 걸, 안중근 혼자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하지 않고 같이 있다는 걸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국민 모두가 아는 결말 또한 '하얼빈'만의 뜻과 해석이 있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감독은 쉽게 예상이 가능한 흥행공식, 대중적인 연출 스타일을 알고도 배제했다. 안중근을 오락 영화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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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들고 어둠 속으로 나아갈 것이다"

극 중 안중근은 나라를 위해 달릴 대한민국 국민의 결의를, 이토 히로부미는 결코 꺾이지 않을 한국의 의지를 언급한다.

그리고, 하늘의 뜻처럼 비상계엄 선포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까지의 과정을 위로하는 듯한 '하얼빈'의 내용이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예고했다.

우민호 감독은 현 시국과 개봉 시기에 대해 "제가 알고 쓴 것도 아닌데 깜짝 놀랐다"며 "어떻게 이런 시국과 맞닿으면서 그런 지점으로도 읽히니까. 그것 또한 이 영화의 숙명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도 스스로의 생명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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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아우라!"

노어로 대한 독립 만세다. 러시아와 협약을 위해 하얼빈에 머물던 이토 히로부미의 마지막을 장식한 말이자 목이 찢어질 정도로 온 힘을 다해 외친 안중근의 마지막 대사이기도 하다.

당시 이토 히로부미가 없어진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이할 거라고 생각하던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처절했고, 우리의 얼을 지키기 위한 밑거름 중 하나였을 뿐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바라고 달렸던 이 또한 아무도 없었기에 이들의 모든 행보가 더욱 숭고하다.

현빈은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부인한테 노어로 대한독립만세가 뭔지 물어본 순간, 연기하는 입장에서 안중근과 같은 생각이었다. 이게 최대한 많이 퍼져나가길, 목 찢어져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길 원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암전이 되고도 '까레아우라'라는 그 한마디만 들린다. 안중근의 얼굴과 상황을 보여주는 것 보다 이런 거 보다 목소리 하나로 잔상이 남기를 원하면서 소리를 질렀던 거 같다"며 실제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당시를 회상했다.

안중근은 목이 찢어졌고, 이를 새기고 있다가 영상으로, 음성으로 다시 접한 관객들은 맘이 찢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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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팀은 모두가 과거를 되새기며, 더 나아갈 미래를 한국의 미래를 향한 용기를 전하길 바란다. 이 시대를 함께 머금고 전진하고 싶다면, '하얼빈'으로 뜻깊은 2024년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도 스스로에게 큰 의미가 될 것 같다. 러닝타임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쿠키영상 없음.

한편 '하얼빈'은 12월 24일 개봉한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CJ ENM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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